금융계 감사직 금감원 낙하산 세상
이두걸 기자
수정 2008-02-20 00:00
입력 2008-02-20 00:00
총 14곳중 12곳 감사 금감원 출신
●금융기관 주총 시즌 맞아 줄줄이 선임
유력한 국민은행 새 감사 후보는 정용화 전 금감원 부원장보와 남인 전 금감원 총무국장. 정 부원장은 퇴직 후 신용협동중앙회 신용부문 대표 이사를 지냈다. 장형덕 현 감사는 교보생명 대표이사 출신이다. 관치금융 탈피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후퇴한 셈이다.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금융감독기관 출신과 비감독기관 출신의) 장단이 있는 만큼, 경영진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지주도 지난 14일 신한은행 감사로 금감원 은행검사국장을 지낸 조재호 감사 후임으로 원우종 전 금융감독원 비은행감독국장을 선임했다. 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도 3월 주총에서 감사 교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시중은행 카드사 등의 상근감사는 모두 14명. 국민은행 감사가 최종 결정되면 전체 감사 중 비금융감독당국 출신은 우리은행 양원근(전 예보 이사) 감사와 BC카드 장재건(전 하나증권 부사장) 감사 두 명에 불과하다. 금감원의 금융회사 감사직 독식 행태는 변함없다.
●시민단체 재취업 규정 강화 움직임
물론 금융감독당국 출신 가운데 경험과 전문성을 무기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인사도 많다. 금감원 정년은 만 58세지만 인사적체 때문에 대부분 50대 초반에 옷을 벗는다는 점도 금감원 퇴직 고위직의 금융회사행을 부추기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부터 직접적인 업무 관련 부서뿐 아니라 총괄, 민원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서 경력자의 금융회사 취업을 금지하겠다는 ‘금융감독 선진화 로드맵’에 따라 강화된 재취업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감사원이나 재정경제부 출신보다 감독업무를 평생 해 왔던 금감원 출신들이 금융회사 감독에 더 큰 전문성을 발휘하기 때문에 은행 등에서 금감원 출신들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금융회사로서는 금감원 출신 인사를 마다할 수 없는 입장인 데다 감독당국 검사를 편하게 받기 위한 목적도 크다.”면서 “금융감독기관은 은행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 노후를 보장받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위정희 기획국장은 “금감원 퇴직자가 매년 은행 감사 등으로 진출하면 현직 금감원 직원들과 유착할 수 있는 데다 현직에 있을 때 제대로 감사 업무를 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새 국회가 시작되면 퇴직 후 유관기관 재취업 금지 기간을 5년으로 늘리고, 피감기관 산하기관까지 재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입법 청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8-0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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