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신춘문예-소설당선작]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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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1-01 00:00
입력 2008-01-01 00:00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모두 13편이었다. 이중 최종심에서 거론된 작품은 ‘파울’(남승호),‘자전거 무덤’(최미경),‘수잔네에게 보내는 편지’(김재은),‘우유 의식’(홍희정) 등 4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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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은 슬럼프에 빠진 프로 야구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짜임새는 갖췄으나 서사적 연관성과 문장의 밀도가 떨어지다 보니 전체적으로 공허한 느낌을 주었다. 보다 절박한 주제의식이 요구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자전거 무덤’은 자이니치(在日) 한국인 3세인 주인공이 한국에서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촘촘히 묘사한 부분이 강점이었다. 또한 입체적인 서사 구조도 미덕으로 평가할 대목이었다. 다만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하게 된 동기가 설득력이 약하고 결말 부분의 작위적인 처리가 작품의 호소력을 반감시켰다.

‘수잔네에게 보내는 편지’는 삶의 일체성에 관한 질문이라는 다소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이런 시도는 우리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독창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제를 다룸에 있어서 피하기 힘든 산만한 구조의 함정에 이 작품도 빠지고 말았다. 함께 응모한 ‘그녀의 유산’을 놓고 이 작가에게는 앞으로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는 얘기가 진지하게 오갔다.

당선작으로 뽑힌 ‘우유 의식’은 소통의 어려움과 그에 따른 부재의 고통을 경쾌한 필치로 다루고 있다. 그 경쾌함이 곧 무게감의 결여를 뜻하는 게 아닌가라는 논의가 있었으나, 불면증과 햇빛 알레르기를 대립시켜 서사에 밀도를 더한 점, 요즘 젊은 세대의 내면 풍경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는 점, 무엇보다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소설의 골격을 제대로 갖췄다는 점을 결과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송기원·윤대녕
2008-01-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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