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옛 여인 못잊어 괴로운 39세 유부남
수정 2007-12-12 00:00
입력 2007-12-12 00:00
-김병수(가명·39)
A이유없이 앓는 병이 있는데,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병입니다. 왜 끌리는 건지, 왜 끊을 수 없는 건지 알 수 없는 열병입니다. 김병수님은 안정된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아직 정착하지 못 한 것 같습니다.
마치 정박하지 못한 배처럼 과거의 강물에 떠 있으면서도 마음 한 가운데는 정지된 시간에 붙들려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 나이를 먹는데, 과거의 추억은 그대로 신선한 터치로 그려져 있으니, 그리움이 더해지는 건 그 때문입니다.
어쩌면 김병수님은 행복한 사람일지 모릅니다. 언제든 돌아갈 아름다운 영화의 한 장면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랑도 지나치면 심신을 상하게 합니다.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나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자신이 간직하고픈 추억만을 골라서 지은 집에 애인을 숨기고 있는 건 상대방을 진정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기애(自己愛)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지은 드라마를 더 사랑하는 건 아닐까요.
특히 나이상으로도 서른 아홉에는 심리적으로 유혹과 갈등이 많은 나이라고 합니다. 중년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여전히 자신의 젊음을 입증하고픈 성인기 홍역이 한 차례 찾아오기 쉽습니다. 마흔 아홉, 예순 아홉과는 다른 그런 발달상의 저항입니다. 현실에 적응하는 소시민의 모습이 초라해보이고, 다시 한 번 이상과 낭만을 찾아 꽃피우고 싶은 자기선언적인 욕망이 강해지기에 외도와 탈선이 많은 시기인 것입니다.
김병수님은 지금 누리고 있는 사랑보다 상실한 사랑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자신을 관찰하고, 혼자 잡고 있는 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끊어진 필름이 다시 이어지는 건 아니며, 가슴에 간직해둔 아름다운 사랑 한 편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억지로 잡아두고자 할 때 사랑이 빛을 잃게 됩니다. 떠나간 연인도, 내 곁에서 잠드는 아내도 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억지로 잊거나 지키려고 하지 말고 바람결에 풀어두는 것이 낫습니다. 가두고 숨길수록 더 커지는 불온한 사랑은 허상입니다. 사랑의 떨림이 있다해도 그대로 느끼면서 앞으로 나아가세요. 당신이 자신을 믿고 지켜나간다면 당신을 삼킬 듯한 그리움도 잦아들게 마련입니다.
오랫동안 혼자서 은폐해온 연극이 끝나게 됩니다. 봄이 아름다운 건 예전의 봄이 돌아와서가 아니라 늘 새로운 봄이 찾아오기 때문이며 그건 자연의 법칙입니다. 이제 당신이 당신을 치료할 차례입니다.
<목포대교수·한국가족상담사협회장>
2007-12-1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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