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 피해 확신] 늑장 방제로 넋 잃은 漁心
신혜원 기자
수정 2007-12-11 00:00
입력 2007-12-11 00:00
태안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철새에 대한 2차 감염 대책이 없으니 불안 속에서 살 수 밖에 없어요. 천수만에 기름이 들이닥치는 것도 시간문제인데….”
태안 반도의 최북단이자 충남 최대의 양식업 밀집지역인 가로림만 어민들은 당국의 늑장 대처에 울분을 토했다. 당국은 사고 초기 가로림만까지 기름띠가 밀려 올라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이자 태안 반도 최남단의 천수만 철새들은 시시각각 밀려오는 기름 냄새로 날갯짓이 한풀 꺾였다. 기름이 언제 급습할지 모르는 어민들은 아직까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정부의 무관심에 불안해 했다. 가로림만과 천수만의 한탄과 불안은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인간과 동물 생태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름에 자신들의 터전을 내준 태안군 이원면 내리2구 만대마을 주민들은 10일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자식처럼 키워온 굴껍데기에는 검은 기름이 가득 차 있었다.
최순옥(50·여)씨는 “지난 8일에 펜스만 쳤어도 막을 수 있었는데,9일 기름이 가로림만 안으로 흘러오자 그제서야 방제선들이 뒤따라 들어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씨는 “한 달에 두 번 있는 물살이 가장 센 사리 때인데 정부는 어떻게 가로림만이 안전하다고 발표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죽희(62·여)씨는 “기름이 붙은 굴을 집에서라도 먹을까 해서 비누로 닦았는데 검은 기름이 안 떨어졌다.”며 울먹였다. 김홍규(55)씨는 “뒤늦게 19대의 방제선이 들어와 유화제를 마구 뿌렸다.”면서 “어민 건강은 생각도 않느냐고 항의해도 막무가내였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근처의 간월도리 어촌계장 안도근(57)씨는 9일 밤 가로림만에 다녀오고 나서부터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손놓고 당한 가로림만을 보니 천수만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10일 어민들은 하루 종일 대책회의를 했지만 당국의 대책은 내려오지 않았다. 안씨는 “천수만은 안면대교 초입에 펜스를 치면 지형 특성상 기름 유입을 막을 수 있지만 정부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우선 시청에 흡착포라도 요구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굴을 내년 4월까지 계속 따야 하기 때문에 현재 피해가 없어도 몇 달 후 잔여 기름에 피해가 있을 수 있어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천수만은 철새도래지인 만큼 생태계의 2차 피해도 예상되지만 역시 대책이 없었다. 서산천수만철새기행발전위원회 문윤식(43) 사무국장은 “만리포 쪽에서 오염된 물고기와 새들이 생태계에 2차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면서 “다른 새의 내장을 주로 먹는 갈매기나 맹금류가 기름 피해로 죽은 물고기나 새를 잡아 먹으면 그야말로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안 이경주 신혜원기자 kdlrudwn@seoul.co.kr
2007-12-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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