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촛불 기자실/함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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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기자
수정 2007-12-05 00:00
입력 2007-12-05 00:00
촛불은 오묘한 힘을 발휘한다. 고요하게 어두움을 감싸는 불빛을 바라보면 어느새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누군가와 촛불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으면 속마음을 온통 다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흔들리는 촛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나간 추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도 한다.

촛불은 어둠 속에서 빛을 잃지 않고 새벽을 기다린다는 점에서 꿈과 기원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원을 빌 때면 으레 촛불을 켠다. 촛불은 희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스스로의 몸을 태워 주위를 밝히기 때문이다.

촛불이 지닌 또 다른 의미는 평화적 저항이다. 전쟁 반대나 평화를 호소하는 수단으로 촛불 집회를 갖는 이유다.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반전운동가들이 의회 앞에서 가진 대규모 촛불 집회가 대표적이다. 작은 촛불이 모여 온 세상을 가득 채울 수 있듯이 촛불 집회를 통해 강한 결집력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11월 전국적으로 확산됐던 효순·미선양 추모 촛불시위 이후 촛불이 평화적 시위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촛불시위는 처음에는 두 여중생을 추모하자는 단순한 집회성격을 띠었지만 점차 반미시위로까지 확대됐고, 그해 12월 있었던 제16대 대통령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경찰청 상주 기자들이 기자실에 촛불을 밝혔다.‘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이라는 미명 하에 국정홍보처가 앞장선 기자실 폐쇄조치가 정부청사에 이어 경찰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경찰청은 기자실의 전화선과 인터넷망을 차단한 데 이어 그제 저녁부터 전기까지 끊었다. 경찰청은 15만명에 이르는 전국 경찰을 지휘하고 민생과 치안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는 곳이다. 대민접촉이 많은 경찰서에선 각종 인권침해와 강압수사, 비리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때문에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도 언론의 감시는 필수적이다. 촛불을 켜고서라도 기자실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전화와 인터넷이 끊어지고 전기와 난방공급도 중단됐지만 기자실의 촛불만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 자유를 지키는 횃불이기 때문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7-12-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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