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는 망한다? 편견을 버려!
수정 2007-12-01 00:00
입력 2007-12-01 00:00
● 올겨울 개봉·예정작 20여편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조사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국내 흥행영화 4위와 6위는 스릴러물 ‘그 놈 목소리’와 ‘극락도 살인사건’이다. 뒤이어 ‘검은집’‘리턴’‘궁녀’등 주목받는 스릴러도 잇따라 개봉했다. 크리스마스용 로맨틱코미디와 신년 가족영화가 두드러져야 할 연말시즌에도 스릴러의 질주는 계속된다. 내년 1월까지 개봉하거나 개봉 예정인 스럴러 관련 장르는 20여편에 이른다. 한국영화로는 ‘세븐데이즈’‘우리동네’‘웨스트32번가’,27일 개봉하는 ‘가면’에 이어 내년 1월 ‘더 게임’과 ‘무방비도시’가 잇따라 스크린을 공략한다. 외화로는 ‘마이클 클라이튼’‘쏘우4’‘히트맨’‘데스센텐스’등이 있다. 내년 1월에는 팀버튼 감독과 배우 조니뎁의 결합으로 주목받는 ‘스위니토드’와 ‘더 재킷’등도 소개될 예정이다.
● 왜 스릴러인가
관객은 왜 스릴러를 찾을까. 우선 탄탄한 시나리오와 세련된 영상미를 갖춘 웰메이드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게 평단의 공통된 목소리다. 관객몰이에는 치밀한 구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미드열풍’도 한몫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젊은 관객들이 ‘CSI’나 ‘프리즌 브레이크’와 같은 미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국내 영화시장을 10여년간 풍미했던 조폭 코미디나 휴먼드라마 장르에 관객들이 식상한 것도 한 요인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의 스릴러들이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짚는다는 데서도 관객들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살인의 추억’처럼 우리주변에서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허구인 영화에서 실감나게 표현되면서 관객은 공포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안도감도 느끼며 짜릿한 쾌감을 맛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영철이나 정남규 등을 연상시키는 여러 유형의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것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스릴러의 인기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유지나 교수는 “개인의 생활이 힘들어지면 음울하고 허구적인 현실인식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스릴러는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풀이했다.
소재 고갈에 봉착한 제작현장에서도 스릴러는 새로운 대안 장르로 부상했다.‘세븐데이즈’를 제작한 프라임엔터테인먼트의 임충근 프로듀서는 “스릴러는 폭발적인 반응은 아지니만 일정 정도 충성도 높은 관객층이 형성되어 있다.”며 “이는 할리우드 스릴러를 선호하는 관객들이 국내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인정하면서 생긴 효과”라고 설명했다. 톱스타 대신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만으로 시장에 맞설 수 있는 스릴러는 제작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한 작품이 성공하면 연이어 비슷한 작품이 기획되는 충무로의 시스템도 제작 이유 중 하나다.
● 한국형 스릴러의 진화
최근 ‘우리동네’와 ‘가면’은 한국형 스릴러를 표방하고 나섰다. 굳이 이런 마케팅 용어가 아니라도 1999년 ‘텔미썸씽’으로 시위가 당겨진 국내 스릴러는 2003년 ‘살인의 추억´,2004년 ‘범죄의 재구성´ 등을 거치며 형식과 내용 면에서 점차 진화하고 있다. 아직 부족한 점도 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국내 스릴러는 현대사회의 실체를 보여주는 표현 수위는 높이고 있지만 윤리에 대한 강박 때문에 무리한 설정을 하거나 사건 해결인 결론 부분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장르적 노하우의 축적과 창의적인 반전·인물 제시 등으로 작품 자체의 역량을 보여주는 게 스릴러의 숙제”라고 말했다. 영화 ‘우리동네’의 정길영 감독은 “아직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국내에는 아직 톱스타 중심의 대작 스릴러가 많지만 관객의 눈이 높아지면서 할리우드처럼 작고 신선한 스릴러들이 다양하게 나오면서 장르 영화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7-12-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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