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감 감도는 삼성
삼성그룹은 이날 청와대의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한 임원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특검이든, 검찰 조사든 성실히 받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임원은 “삼성이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해도 (여론이)선뜻 수긍하지 않으니 차라리 조사를 통해 진실이 가려지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압수 수색과 계좌 추적까지 샅샅이 이뤄지게 되면 어디서 뭐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대차의 비자금 수사 때 서울 양재동 본사를 일요일에 기습 수색했다.
삼성은 2003년 대선 비자금 수사와 올해 재건축 비리수사 때 삼성전기와 삼성물산이 각각 압수수색을 한두 차례 받았다. 하지만 그룹(구조본)이 수색을 받은 적은 없다. 현대차의 사례 등을 참조해 이미 내부 단속을 마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삼성증권·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전산 작업을 이와 연결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복구가 안되는 영구삭제프로그램을 회사게시판에서 다운로드 받게 했다는 주장이다. 삼성측은 “해마다 이맘때면 하는 작업”이라며 압수수색 대비용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건희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조사받는 상황만은 어떻게든 막자.’는 필사적 기류도 감지된다. 지금까지 이 회장은 검찰에 단 한번도 소환된 적이 없다. 그룹의 전력이 온통 여기에 맞춰지면서 내년 경영계획 수립과 신수종(新樹種) 사업 발굴은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실제 계열사에 최근 전달된 내년 경영방침은 ‘올해 버전’과 거의 똑같다. 한 임원은 “지금 같은 상황에 내년 화두를 새로 정할 여력이 솔직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서울 태평로 삼성그룹 사옥 앞에서는 ‘삼성 특검’을 강력히 주장했던 대선 후보가 시끌벅적한 선거운동을 벌여 가뜩이나 심란한 삼성을 더 심란하게 만들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