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주거래銀 → CMS로 이동중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이두걸 기자
수정 2007-11-10 00:00
입력 2007-11-10 00:00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대기업들의 주채권은행(주거래은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들의 일종의 가상 은행지점인 종합관리자금서비스(CMS)가 도입되면서 주채권은행 제도 자체가 상당히 퇴색된 상태다. 하지만 기업들이 주거래은행을 여간해서 바꾸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채권은행 제도는 여전히 기업 금융의 핵심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



주채권은행 그룹 따로 기업 따로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국내 42개 주채무계열별 주채권은행은 ▲우리 15개 ▲산업 12개 ▲외환 6개 ▲하나 4개 ▲신한 3개 ▲국민 2개 등이다.
이미지 확대


주채무계열제도는 지난 1974년 관치금융 시절 은행이 기업의 여신상황 등 기업정보를 종합관리하고, 유사시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주거래은행제도로 불리었다. 해당 그룹에 대해 대출이나 신용공여 등 여신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은행이 주채무은행이 된다. 주채무계열 순위 역시 해당 은행의 신용공여액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하지만 주채무계열에 속한 2312개 기업의 주거래은행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외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현대차그룹의 기아차 주거래은행은 산업은행이다. 이어 ▲엠코 농협 ▲위아 제일 ▲이노션 국민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미지 확대


삼성그룹의 주채권은행은 우리은행. 하지만 삼성네트웍스(하나), 삼성중공업(산업) 등은 대열에서 이탈해 있다.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인 LG그룹에서는 LG석유화학 등은 제일,LG텔레콤은 신한과 주로 거래한다.SK그룹 내에서는 대한도시가스(국민),SKC(외환) 등이 그룹 주채권은행인 하나와 다른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정해놓고 있다. 그룹 주채권은행이 곧 전통적인 주거래은행은 아닌 셈이다.

CMS 도입에도 주거래은행 여전히 중요

최근에는 CMS가 등장하면서 주거래은행의 개념도 희석되고 있다.CMS는 은행이 가상계좌를 통해 기업 계좌관리, 이체, 집금 등 모든 돈 관리를 대신해 주는 ‘사이버 지점’이다.

기업금융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민은행은 지난 2004년 CMS를 업계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이 분야의 강자로 떠올랐다. 롯데(주채권은행 하나) 8개사, 삼성(우리) 4개사, 현대차(외환) 3개사,LG(우리) 7개사 등 1200여개 업체에 CMS를 공급하고 있다. 전체 CMS 수요 업체는 2500여개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은행 정재동 기업CMS부장은 “전통적인 예수금 거래에 따른 수수료 수익보다 각종 이체 등 파생거래에 따른 이익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내부 유보금을 많이 쌓아두고 있는 대기업들은 대출을 많이 쓰지 않는 만큼, 기존 주거래은행의 개념이 주채권은행과 CMS은행으로 이분화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주거래은행의 의미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 실제로 돈이 오가는 상대는 여전히 주거래은행이다.

금감원 신용분석팀 관계자는 “한 기업이 다른 은행의 CMS 고객이 됐다고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소매금융 등의 비중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주거래은행 개념의 대기업 금융이 은행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대기업금융본부 이병기 차장도 “은행권에서 주거래은행 유치 경쟁이 심하지만 한 기업과 은행의 관계는 심리적인 유대 관계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주거래은행은 해당 기업에 직원 카드를 유치하는 등 수익 구조와 유대를 심화하는 방향으로 기업금융이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7-11-10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