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절망을 치료하는 사람들 MSF/댄 보르토로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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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숙 기자
수정 2007-10-19 00:00
입력 2007-10-19 00:00
일군의 젊은 프랑스 의사들이 1968년 내전을 겪고 있는 나이지리아 비아프라의 적십자사 병원으로 자원봉사를 떠났다. 이들은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죽어 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인종학살의 증인이 될 것을 결심한다. 프랑스로 돌아온 이들은 인종학살을 알리기 위한 단체를 구성하고 곧바로 응급 의료단을 조직한다. 이 즈음 파리의 한 신문이 지진과 홍수 피해자를 돕기 위한 자원 의사를 모집했다.1971년 이 두 단체의 의사들은 손을 잡았다.‘국경없는 의사회(MSF)’는 바로 이렇게 태어났다.

‘지구의 절망을 치료하는 사람들-국경없는 의사회 이야기’(댄 보르토로티 지음, 고은영 옮김, 한스컨텐츠 펴냄)는 ‘지구상에서 가장 인도주의적인 비정부기구(NGO)’라는 평을 듣는 국경없는 의사회를 속속들이 들여다본 책이다. 캐나다 언론인 출신의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앙골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국경없는 의사회의 활동 현장과 소속 의사, 간호사, 순수 자원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았다.

또한 베르나르 큐슈네르 등 창설 당시 지도자뿐 아니라 쿨로드 말레뤼, 로니 브로만 같은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국경없는 의사회의 고민과 이상을 전달한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한 해 3000여명의 지원자를 전세계 80여 개국에 파견하고 있으며, 분쟁지역이나 난민촌 활동 외에도 지방 보건소 지원,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항바이러스 치료, 외딴 마을에 신선한 물과 위생 시설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호활동 외에 고발정신 또한 국경없는 의사회를 떠받치는 근간이다. 구호활동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때 과감히 캠프를 철수, 독재정권의 불의를 국제사회에 고발해 왔다. 자신들의 이상을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특정 국가나 국제기구로부터 오는 기부금의 비율도 제한하고 있다.

책은 이처럼 두드러진 활동으로 ‘신화’가 되고 있는 국경없는 의사회에 관한 오해도 적고 있다.‘국경 없는’이란 배짱 두둑한 용어로 말미암아 국경없는 의사회는 유엔이나 적십자사보다 한층 구호활동의 최전선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최전선의 불안전한 지역에 들어가 의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게 의료를 펼치는 것이 국경없는 의사회의 이미지입니다. 오후 5시만 되면 외출을 삼가고 한밤중에 총성이 들리는 현장감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국경없는 의사회죠. 우리는 누구도 가기를 꺼리는 곳에서 일하거든요.” 저자가 만난 한 내과의사의 말에 슈바이처를 꿈꾸는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라면 국경없는 의사회에 매력을 느낄 만하다.

그러나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 회원은 비분쟁 지역에 파견된 경우가 더 많고 이 단체는 수백개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잘나가는 의사가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국경없는 의사회에 몸을 담는 것은 사실 극소수다. 소속 회원의 4분의3이 의사가 아니다.



실상이 어떻든 출범 30년간 국경없는 의사회가 해온 일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이 단체는 여전히 남들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하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대다수의 소속 회원들은 수상 파티와 상관 없이 현장을 지켰다. 지도부는 또한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국제적인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역할과 한계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국경없는 의사회의 위대한 점이 아닐까.1만 30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07-10-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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