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기 무네요시의 두얼굴/정일성 지음
이문영 기자
수정 2007-09-28 00:00
입력 2007-09-28 00:00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그가 수집했던 일본 내 조선 민화 120여점이 2005년 9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전시됐고, 역시 그가 수집한 260여점의 자료가 지난해 11월부터 3달간 ‘야나기 무네요시가 발견한 조선 그리고 일본’이란 제목으로 일민미술관에서 공개됐다.84년 9월엔 전두환 정권이 ‘우리나라 미술품 문화재 연구와 보존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이유로 보관문화훈장도 추서했다. 야나기는 누가 뭐래도 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 같지 않은 일본인’이었다. 야나기는 그렇게 알려져왔다. 그렇게 알려지며, 야나기는 침략국 일본의 야만성에서 분리돼 ‘은인’의 위상을 부여받았다.
서울신문 기자를 그만둔 뒤 한·일 근현대사 연구에 몰두해온 정일성 씨가 최근 ‘야나기 무네요시의 두 얼굴’(지식산업사)이란 책을 펴냈다. 야나기의 또 다른 얼굴을 가감없이 들춰낸 저자는 야나기를 민예운동가가 아닌 ‘문화정치 이데올로그’로 파악한다.
저자의 야나기 평가는 가혹하다.“3·1운동을 계기로 일제의 식민통치술을 무단통치에서 이른바 문화통치로 바꾸는 데 일조한 제국주의 공범”이자 “일제의 무력진압에 상처받은 한민족의 마음을 달래려 한 심리요법사, 식민지 조선통치 훈수꾼”이라고 규정짓는다.
저자가 우선적으로 제시하는 근거는 야나기의 친한파적 기질을 증명하는 가장 훌륭한 자료로 평가돼온 글,1919년 5월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발표된 ‘조선인을 생각한다’다.3·1운동 당시 조선인 학살에 분노하며 썼다는 이 글은 이듬해 4월 동아일보에 번역 게재됐고, 게재 직후엔 ‘조선의 친구에게 보내는 글’이란 또 다른 글이 같은 신문에 실리면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두 글이 “주의를 기울여 읽으면 조선 독립을 돕는 내용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며 몇 대목을 짚어낸다.“반항(독립만세운동)을 현명한 길이라거나 칭찬할 태도라고는 생각지 않는다.(‘조선인을 생각한다’)”고 한 것이나 “우리가 총칼로 당신들을 해치게 하는 것이 죄악이듯이, 당신들도 유혈의 길을 택해 혁명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조선의 벗에게 드리는 글’)”고 강조한 점 등. 요컨대 야나기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이렇다.‘사이토 마코토 3대 총독의 문화통치 두뇌’. 이 책을 통해 70년대 거세게 일었던 야나기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가 다시 한번 활기를 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7-09-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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