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의자’ 앉은 정부
박찬구 기자
수정 2007-09-22 00:00
입력 2007-09-22 00:0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정부지출의 제한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내년 예산을 7.9% 늘렸다. 그러면서 팽창예산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달러화 약세로 환율하락이 예상돼 수출전망은 불투명하고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정부가 제시한 내년 경제성장률 5% 달성은 불투명한 데도 여전히 큰소리만 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0일 미국의 금리인하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시도 반등했고 미국의 실물지표도 안정감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1회성 극약처방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세계경제의 상황을 보는 시각이 심각하다. 인플레이션 가속과 미국 경기의 후퇴, 이에 따른 달러가치 급락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물가는 오르면서도 경기는 후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한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1일 의회 청문회에서 현재 상황을 ‘신용위기’라고 표현했다. 로드리고 라토 IMF 총재는 “신용경색 여파로 세계경기가 둔화돼 지구촌 경제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8월 중 경기선행지수는 최근 6개월 내 최대폭인 0.6% 하락했고 고용지표와 소비심리도 위축됐다.OECD와 주요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은 “부실대출의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미 주택 값은 3%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주택시장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버냉키 의장은 추가적인 금리인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시장 불안도 커지게 된다.
미 금리인하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달러화 약세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먼저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가속화, 수출전망을 어둡게 하고 달러화 표시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국제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해 자본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가 달러화로 거래되는 만큼, 산유국들이 달러화 약세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유가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경제상황을 낙관해서는 안 되며 예산도 보수적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은 7.9%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경상성장률 7.3%보다 높다. 조세수입만으로 예산지출을 충당하지 못해 국채도 8조원 이상 발행해야 한다.
지난 6월 OECD는 “한국의 재정은 적자가 확대되는 만큼 정부 지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IMF도 “고령화가 대규모 재정압박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 몇년간은 증세보다 세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올해 300조원을 돌파한 뒤 내년에는 313조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백문일 박찬구기자 mip@seoul.co.kr
2007-09-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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