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정치인의 눈물과 벤처기업/ 문인철 정치경제 평론가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7-08-30 00:00
입력 2007-08-30 00:00
지난주 한나라당은 대통령 후보 경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박근혜 전 대표를 1.5%포인트, 간발의 차로 이겼다. 이젠 명칭도 이명박 전 시장이 아니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이다.
이미지 확대
문인철 정치경제 평론가
문인철 정치경제 평론가


먼저 1년2개월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끝낸 한나라당에 치하의 말을 건넨다. 우리나라 정당사에 한 획을 긋는 큰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여러번의 검증 국면에선 아슬아슬한 고비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넘어갔다. 일각에선 진흙탕 싸움이라는 평도 있었지만, 본선에 가서는 이보다 훨씬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치열하게 하니까 흥행도 된 것이다.

경선 초기에 성공을 전망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 정당 경선의 역사가 아름답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1992년 대선 민자당의 경선에서는 한 후보가 경선 직전 경선을 포기하고 탈당했다.1997년 신한국당 경선 때는 패한 자가 새로 당을 만들어 독자출마하였다.2002년 민주당 대선경선 때도 중도 포기 후 탈당한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이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불복과 탈당, 그리고 독자출마로 점철되었다. 그래서 박 전 대표의 깨끗한 승복은 아름다운 경선으로 거듭난 것이다.

한나라당 경선 다음날 박 전 대표의 집을 국회의원 수십명이 위로차 방문했다. 몇 의원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한다. 최선을 다했고 승리를 자신했건만 결과가 좋지 않은 안타까움에 눈물이 났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울기까지야.’하면서 혀를 차는 분도 있겠지만 그 이유가 충분한 것이 정치이다. 정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 고위험, 고수익)이기 때문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원래 벤처기업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성공하면 단번에 거대한 부를 얻는 반면 실패 확률이 너무 높다. 벤처기업 육성 10년째인 현재 1만 3000여 벤처기업 중 성공한 몇개의 기업은 돈방석에 앉았다. 나머지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미래를 기약하며 밤새워 일하고 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 말이다.

정치도 벤처기업과 유사하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 결과를 예로 들어 보자. 이긴 쪽이 당내 모든 권력을 독점하게 된다. 패자에게 배려해 준다 해도 거의 생색 수준이다. 어떻게 얻은 권력인데 나눠 가진단 말인가. 크게 배려한다 해도 여전히 주도권은 승자 몫이다. 그 어느 때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승자를 벤처 식으로 표현하면 한방에 고수익자가 된 것이다. 반면 패자는 하이 리스크를 알면서도 뛰어 들었기 때문에 백수 신세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총선 공천부터 불확실해졌다.

그렇다고 중립지대가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 여차하면 기회주의자로 찍히게 된다. 양쪽에서 모두 배제해 버릴 가능성이 있다.

정치인은 벤처기업인과 마찬가지로 위험을 피해 가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험을 선호한다. 위험이 따를 때 비로소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기회를 잘 잡으면 단 한번에 권력의 정점에 오를 수 있으나, 진다면 바로 짐을 싸야 한다.

상황이 이러니 패했을 때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안정을 추구하고 위험을 기피하는 인물이라면 정치판에 아예 얼굴을 내밀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러한 패배의 눈물을 흘릴 각오가 돼 있지 않다면 정치하기가 힘들다.

승리한 캠프는 잔치판이고 패배한 캠프는 곡소리와 함께 짐을 싼다. 그야 말로 벤처기업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몇 년의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보게 되는 정치인의 눈물, 이것이 정치권의 생리이다. 곧 있을 여권의 경선과 올해 말 대선에도 또 그 눈물이 예약되어 있다.

문인철 정치경제 평론가
2007-08-30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