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인질 2명 석방] 정부 “이제부터 본게임”
김미경 기자
수정 2007-08-14 00:00
입력 2007-08-14 00:00
우여곡절 끝에 여성 피랍자 2명이 13일 밤(한국시간) 풀려남으로써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여성 피랍자 2명의 석방이 지난달 19일 사건 발생 이후 직간접 접촉의 첫번째 성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 우리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의 대면 접촉 과정에서 여성 2명의 석방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나머지 19명의 무사 귀환에 기대를 걸 수 있다는 기류가 읽힌다.
●“이번 석방 대면접촉 성과 아니다”
하지만 전망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들의 석방을 ‘대면 접촉의 성과’라기보다 ‘탈레반의 전략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날 여성 피랍자 2명의 석방 직후 “이제부터 협상의 본게임이 시작됐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관계자는 “여성 2명의 석방이 협상의 지속성을 보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낙관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석방이 우리와의 대면접촉이나 거래에서 나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성 피랍자 2명의 석방을 계기로 이번 사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급류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섣부른 기대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탈레반은 여전히 ‘한국인 피랍자와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 요구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대면 접촉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나머지 피랍자 19명의 안위를 쉽사리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도 이같은 상황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면 접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지만, 상황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면서 “정부는 나머지 피랍자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정부는 “여성 피랍자들이 언론에 노출됐을 때 현지 피랍 생활에 대한 언행 하나하나가 나머지 피랍자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언론에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이같은 정황은 탈레반이 향후 우리 대표단과 대면 접촉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 것이 아니냐는 추론에 따른 것이다.
이번 석방이 지금까지 고수해온 ‘맞교환’주장을 끝내 관철시키기 위한 압박용 카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이 우리 대표단에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맞교환’카드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해 달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탈레반이 대외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거액의 몸값 등 ‘실리’를 챙기기 위한 사전 포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탈레반이 지난 11일 석방 결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관용과 선의의 표시’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패키지해법´ 이제 본격 시험대
1차적으로는 건강이 악화된 여성 피랍자 2명을 계속 억류하는 것에 탈레반이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대면 접촉 과정에서 이 여성들에게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면 탈레반으로서는 스스로 주장하는 피랍의 명분이나 대면 접촉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정부 관계자는 “탈레반은 집권 경험이 있는 집단으로 전략·전술에 상당히 능하다.”고 전제한 뒤 “최종 해결까지 섣부른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라며 신중한 분석을 내놓았다.
여전히 관건은 ‘맞교환’조건을 철회토록 탈레반을 설득하는 것이다. 정치·경제·군사·문화적인 조건을 담은 ‘패키지 해법’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현 시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한 창의적인 해법 도출과 협상력은 대면 접촉에 나선 우리 정부의 몫일 수밖에 없다.
박찬구 김미경기자 ckpark@seoul.co.kr
2007-08-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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