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탈레반 첫 직접 협상] ‘맞교환’ 철회 설득이 관건
하지만 정부측 반응은 여전히 신중하다. 사태의 성격상 이번 대면 접촉이 한국인 피랍자 21명 전원의 무사귀환으로 귀결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 협상조건 쉽게 철회 안 할듯
탈레반이 기존의 ‘한국인 피랍자와 탈레반 죄수 맞교환’이라는 협상 조건을 완전 철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한국 정부 대표단이 그동안 전화교신을 통한 간접 접촉에서 여러 차례 협상조건의 변경을 요구했지만 탈레반은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탈레반으로서는 한두 차례의 대면접촉으로 한국측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명분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측 관측이다.
정부 당국자가 10일 “만나더라도 결과가 중요하다.”면서 “만남 자체가 협상 진전의 계기로 볼 수 있지만, 급작스럽게 결과가 금방 나올 것은 없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당국자는 “탈레반의 속마음을 타진하겠지만, 무엇보다 석방 조건을 바꾸기 위한 요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靑 “이제 시작… 인내심 갖고 대응”
청와대와 외교부에서도 전날부터 현지 대표단과 탈레반 사이에 대면 접촉을 위한 진전된 움직임이 있다는 기류가 감지됐지만, 최종 결과를 선뜻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가 10일 밤 “첫 대면접촉이 이뤄지더라도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우리 정부의 기류를 엿볼 수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면 접촉과 관련해 의견교환이 활발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어려운 환경이 있지만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좀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며 구체적인 전망을 삼간 것도 이를 반영한다.
탈레반이 맞교환 요구 조건을 완전 철회하지 않으면 대면 접촉에서 더이상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우리 정부의 딜레마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탈레반 여성 석방등 다른 옵션 시사”
하지만 이날 첫 대면접촉은 그동안 아프간 정부에 의존해온 이번 사태를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과소 평가할 수 없다. 탈레반이 인질 관리와 국제사회의 점증하는 비난 여론 등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탈레반이 한국인 피랍자와 탈레반 죄수의 맞교환 대신 여성 인질의 우선 석방 등을 포함한 다른 옵션을 제시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대면 접촉 이후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박찬구 김미경기자 ckpark@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