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대선 판의 1군과 2군/문인철 정치경제평론가
수정 2007-07-31 00:00
입력 2007-07-31 00:00
대통령선거가 4개월여 남은 지금 후보간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대선 후보라고 해서 다 같은 물에서 노는 것은 아니다. 대선 판에도 1군과 2군이 있다. 현재 1군 소속은 이명박과 박근혜이다. 나머지는 모두 2군이다. 특징적인 것은 1군은 한나라당이 모두 차지하고, 집권당을 포함한 여권인사들은 1군에 한명도 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심을 후하게 써 1군에 한명쯤 더 포함시키면 여권에 속한 손학규 정도이지만, 아직은 벤치 신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군 경쟁은 다른 팀 후보는 끼지 못하고 한나라당 후보간에 이루어진다. 여론조사 결과 여전히 선두를 달리는 이명박 후보의 현재 전략은 ‘점수 지키기’이다.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후보 간 토론회를 거부했는데, 이번에는 뜻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처럼 지나치게 수비 위주로 가다간 홈런 한방에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시장선거 때의 후보 검증과 대통령선거에서의 검증은 차원이 다르다.‘시장선거 때 다 검증받았다.’는 논리는 거둬들여야 한다. 국민은 당당한 후보를 바란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쫀쫀하다면 이는 국민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이다.
이 후보는 박근혜 후보의 검증 공세에 적극 대응하여야 한다. 현재의 수세적인 전략을 계속 구사한다면 1군 경기의 흥행에 문제가 생긴다.1군 경기가 재미없으면 국민은 벤치에 있는, 혹은 2군에 있는 선수들에게 눈길을 줄 수밖에 없다.2군에 있다고 실력 차이가 현격한 건 아니다. 언제든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내공이 있는 선수들이다. 단지 아직 기회를 잡지 못했을 뿐이다.
공정위는 재벌정책을 거의 포기하고, 기업간 담합 적발에 전념하고 있다. 아무리 시도해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재벌 정책에는 부담이 큰 모양이다. 현 공정거래위원장이 작년 말 재벌 정책을 잘못 건드려 실패를 맛본 뒤 ‘내가 너무 순진했다.’고 고백한 기사가 생각나기도 한다. 반면 재벌의 기세는 너무 높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주먹질에 이어 조석래 전경련 회장의 특정 후보 지지 발언이 사람들을 언짢게 한다. 효성그룹 회장이기도 한 조 회장은 이명박 후보와 사돈관계이면 더 입조심을 해야 했다. 여하튼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담합을 저지하고자 하는 공정위의 노력 자체는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대선판에서도 담합을 근절시켜야 한다. 한나라당 내에서 내부경쟁이 심해지면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논리는 담합하자는 주장과 같다. 담합을 통해 적당히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설령 ‘치고받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후보가 선출되기를 고대한다.
2군에 있는 주자들은 지금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비아냥이 있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원래 2군 생활이라는 것이 팍팍하고 힘들지 않는가.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축구에서도 심판이 경기종료 휘슬을 불기 전 5분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이때 등장하여 기막힌 역전극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1군이나 2군 모두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대선정국에서 후보는 선수이며 국민은 그 경기의 심판이다. 후보들은 자신이 뛰는 경기의 심판까지 하려는 자만심은 숨길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을 감동시키는, 담합하지 않는 멋진 플레이를 기대해본다.
문인철 정치경제평론가
2007-07-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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