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李·朴의 오류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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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7-16 00:00
입력 2007-07-16 00:00
등대는 일관되게 직선의 빛을 비춘다. 비바람을 뚫고 선박이 가야 할 길을 항상 뚜렷하게 제시한다.

정당의 정체성과 가치도 등대와 다르지 않다. 정책과 이념 중심의 정당 구조가 자리잡아야 각계 각층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사회 통합을 견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당의 존폐를 이합집산의 흥정거리 정도로 여기는 일부 정파와 상대 후보나 현 정권을 물고 늘어져 반사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는 일부 세력은 우리 정당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앞으로 한달 남짓한 기간은 우리 정당 정치에 그래도 희망이 남아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듯하다.

한나라당은 오는 19일 후보 검증청문회에 이어 22일 제주를 시작으로 다음달 17일 서울까지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를 갖는다. 범여권의 로드맵은 오리무중이다. 열린우리당내 친노파와 탈당파, 통합민주당내 대통합파와 친노 배제파, 손학규 진영, 시민사회세력 등 6개 그룹이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제3지대 선취경쟁’에 빠져 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달 14일 도라산역에서 시작한 순회 토론회를 22일 서울에서 마무리짓는다.

민주노동당의 토론회나 한나라당의 정책 검증이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이명박-박근혜’,‘노무현-이명박’의 정략적 대립구도와 네거티브 선거전략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한나라당의 전방위적 검증 무대가 이같은 기류를 심화시킬지, 정책 선거의 불씨를 되살릴지는 예단키 어렵다. 대선 정국을 주도하는 ‘노(盧)·이(李)·박(朴)’의 상호 역학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지난주 ‘종부세·지방세 통합’을 골자로 하는 조세정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청와대가 강력 반박한 것도 향후 흐름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참여정부의 성과를 지키려는 노 대통령과 반노(反盧)진영을 대표하려는 이 후보의 대립전선은 검증과 토론 과정에서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이 후보는 당내 지지층을 다잡고 반노 여론의 지지를 확장할 수 있는 부수 효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이 후보처럼 노 대통령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지역성·정체성의 한계를 지닌 박 후보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분석했다.

박 후보는 이 후보가 ‘검증 악재’속에서도 30%대의 지지율로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처지다. 박 후보의 지난 11일 고(故)장준하 선생 유족 방문에서도 이같은 고민이 엿보인다. 선친의 이미지나 이념적 완고성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면 호남과 수도권에 쉽사리 다가갈 수 없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정치컨설턴트인 박성민 민기획 대표가 “이 후보는 ‘오류’ 때문에 고전하지만, 박 후보는 ‘한계’ 때문에 추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후보가 검증과 토론 과정에서 네거티브 전략을 고수할지, 이슈 중심의 포지티브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울지 주목되는 이유다.

검풍(檢風)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이 후보의 X파일 공방이 정책 검증의 취지를 흐렸다면,X파일의 유통경로나 그 실체는 검증의 본질을 뒤덮을 정도로 파괴력이 클 수 있다.

범여권 후보들까지 검증 국면에 뛰어드는 단계에 이르면 네거티브 검증으로 차별성과 반사이익을 꾀하겠다는 전략 자체가 힘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도 시사적이다.

ckpark@seoul.co.kr

2007-07-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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