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 ‘신데렐라’ 된 이유는
윤창수 기자
수정 2007-07-14 00:00
입력 2007-07-14 00:00
신씨의 이번 학력 위조 사건은 미술계 ‘공인’에 대한 검증 시스템의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MBA출신으로 행세한 신씨는 전시 기획뿐 아니라 ‘외부에서 돈을 끌어들이는 큐레이터의 능력’을 강조하며, 전시를 흑자로 이끌어 자신이 일한 미술관 측으로부터 크게 인정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의 이력은 지난 5일 국내 최대의 국제 미술행사인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30대로는 최초로 임명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하지만 곧이어 학위 위조 사실이 드러나면서 감독 임명이 취소됐다. 한갑수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은 13일 “신씨가 선정위원회에서 최고득표자는 아니었지만,1표를 얻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씨 이전에 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 3∼4명이 감독직을 제안받았지만, 이들은 모두 거절했다. 김 교수는 “다른 전시 기획으로 바쁜데다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외국인 감독이 이미 내정된 상태에서 한국인 감독을 뽑는 등 선정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고사 이유를 밝혔다. 신씨와 공동예술감독으로 함께 선임된 오쿠이 엔위저(45)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대 학장은 1998년 스웨덴에서 젊은 여성 작가를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와 관련, 한갑수 이사장은 “기획 전시 능력을 보기 때문에 (개인적 스캔들은) 검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미술계에는 표절이나 개인적인 스캔들 의혹이 있어도 전시기획자로 당당히 활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 독립큐레이터는 “해외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으면 대부분 대학 교수로 가기 때문에 국제적인 인맥과 기획능력이 있어야 하는 큐레이터로 일할 사람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씨가 미술계의 영향력있는 인사가 되기까지는 공채없이 인맥으로 알음알음 직원들을 고용해온 국내 사립미술관 풍토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신씨가 미술계에서 나름의 능력을 인정받아온 만큼 안타깝게 여기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며 “이번 기회에 미술계 검증 시스템을 면밀히 점검해야겠지만, 개인의 도덕불감증 문제를 미술계 전체의 ‘부패’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07-07-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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