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쇼핑’ 고칠 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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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수정 2007-07-10 00:00
입력 2007-07-10 00:00
3개월간 151개 병원을 찾아다니고, 하루 네 차례나 감기 주사를 맞는 등 일부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의료과다 이용 실태가 도를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같은 ‘의료쇼핑’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 절반 “병이 잘 낫지 않아서”

9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공단이 실시한 ‘의료과다 이용실태’ 설문조사 결과 이 기간 1개 질환으로 의원급 의료기관 방문 횟수가 130회를 웃돈 사람은 1574명에 달했다. 이들은 3개월간 평균 13곳의 의료기관을 116차례 방문해 260여일치 약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보공단측은 지난해 3·4분기 건강보험 가입자 1인이 평균 네 차례 의료기관을 방문해 14만 9000원의 의료서비스비(본인부담금 포함)를 지출했고,2.2일치 약을 받은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이 1500여명 가운데 설문에는 91.9%(1447명)가 답했고, 응답자 중 절반가량(46.4%)은 “병이 잘 낫지 않아 여러 기관을 동시에 방문한다.”고 답했다. 이밖에 “물리치료 등을 이용하면 몸이 편해져서”(19.8%),“여러 의사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11.5%),“약이 맞지 않아”(4.5%) 순으로 병원 치료에 불신을 드러냈다.

경기 부천의 A(16)군은 3개월간 무려 의원 182곳을 188차례 방문해 204일치 약을 받았다.A군은 감기 등 호흡기계 질환을 호소했고, 이 기간 241만원(본인부담 63만원)이 의료서비스 이용에 지출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B(49)씨는 신경계 질환 등으로 3개월간 총 151개 의료기관을 순회했다. 이 기간 290차례에 걸쳐 의원을 방문했고 투약일수는 무려 3239일에 달했다.

또 광주의 C(50·여)씨는 근육통증 등으로 18개 요양기관을 473회 방문해 566일간 투약을 받았다. 이들이 3개월간 부담한 본인부담금은 78만∼142만원, 공단 부담금을 포함하면 274만∼427만원의 의료서비스료가 지출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료쇼핑’의 가장 큰 요인으로 의사와 환자간 신뢰부족을 꼽는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는 “현재 국내 의료체계는 돈만 있으면 환자가 1차 의원이나 3차 대학병원 어디에서든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영국과 같이 건강한 동네 주치의제를 도입해 환자들이 궁극적으로 믿고 건강을 맡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대표는 “외래 경증환자의 부담을 높이는 식의 정부 대응책은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건보공단 충실한 사후관리가 최선”

이런 상황에서 의료쇼핑 현상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복지부측은 “4800만명 건보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기반 조회시스템을 도입해 투약·진료 오남용을 막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전자카드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정보보호법에 저촉돼 실패했다. 현재로선 건보공단이 충실한 일대일 사후관리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새 의료급여법을 시행하면서 온라인 기반의 새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통상 3∼4개월 걸리던 진료정보가 실시간으로 처리되지만 의료급여 대상자는 전체 국민의 3%선인 183만명에 불과하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2007-07-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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