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는 사랑때문에 투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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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영 기자
수정 2007-07-09 00:00
입력 2007-07-09 00:00
소설가 김별아(38)가 새 책을 냈다.‘미실’에 이어 또 역사소설이다. 이번 주인공은 논개다. 소설 ‘논개’(문이당 펴냄)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김별아의 논개는 더 이상 ‘진주 관기 논개’가 아니다. 김별아가 재해석한 새로운 사람이다.

책에서 논개는 몰락양반의 후손이자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전투를 지휘한 경상 우병사 최경회의 부실로 다시 태어났다. 김별아는 작가의 말에서 “그녀의 이야기는 역사이면서 전설”이라고 썼다. 기억을 기록하는 방식에 따라 논개는 기생도 되고, 양반도 된다. 애국심과 절개에 따라 죽기도 하고, 사랑에 따라 죽기도 한다. 역사 자체가 기억의 기록이고, 역사소설이란 장르 자체가 기억에 대한 재해석이다. 김별아는 후자를 취하고 전자를 버렸다. 작가에게 애국심과 절개는 조선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은 남성만의 가치였다.

김별아는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논개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2005년 ‘황우석 사태’의 충격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광기’ 수준의 애국심을 보면서 국가와 민족주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고, 그때 ‘애국 여인’의 상징처럼 알려진 논개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김별아는 논개 투신의 이유를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설정했다.“살신성인 같은 가언 따윈 모른다. 충효열의 삼원과 삼덕도 알 바 없다.”는 논개의 말이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다.

소설 속 논개 이야기는 여섯 살 이후부터 전개된다. 출생 전이나 여섯 살 이전 일화는 작가도 논개 어머니의 기억에 의존하는 형식을 취한다. 어머니가 들려주는 기억이든, 여섯 살 이후 작가가 재구성한 기억 속에서든 논개는 출생 전부터 사망까지 일관되게 강인하고 흔들림 없는 여인으로 그려진다.‘주역’의 여섯 괘와 논개의 여섯 살을 연결시키는 대목에 이르면,‘여섯 살’이란 설정마저 논개의 운명을 ‘우주적 섭리’와 연결시키는 의도된 장치로 읽힌다. 스테레오타입으로 굳어져온 논개 캐릭터의 재해석 작업이 또 다른 스테레오타입을 창조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김별아의 다음 작품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이 될 듯하다. 작가는 “나쁜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시리즈로 쓰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7-07-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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