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영화] 킨
강아연 기자
수정 2007-07-07 00:00
입력 2007-07-07 00:00
로지 케리건의 ‘킨(2004)’은 뉴욕이라는 도시가 주는 고독의 정서를 그린 영화다. 우디 앨런의 ‘맨하탄(1979)’이 비유한 욕망의 소우주, 짐 자무시의 ‘영원한 휴가(1980)’가 담고 있는 폐허와 소음의 도시 등과는 또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뉴욕에 사는 30대 초반의 남자 킨(데미언 루이스)은 6개월 전 버스터미널에서 여섯살짜리 딸을 납치당했다. 이후 다소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버스 정류장이며 사건이 일어난 주변장소를 어슬렁거리며 딸의 흔적을 좇고 있다. 딸을 애타게 찾는 심정을 오직 약과 알코올로 달래면서 그는 혼자 방황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킨은 무일푼이나 다름없는 젊은 여자 린 베딕(에이미 라이언)과 그녀의 일곱살난 딸 키라(애비게일 브레슬린)를 만난다. 그들 역시 거리를 헤매고 있는 상태. 킨은 급속도로 아이와 가까워지게 되는데, 그럼으로써 딸을 잃어버린 상실감과 공허함이 채워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10년이 넘는 동안 단 3편의 장편영화만 만든 로지 케리건은 낯선 조형적 미감과 새로운 구도로 뉴욕을 담아냈다. 폐쇄공포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닫혀 있는 미감, 주인공을 압박하는 건물과 장소의 이미지는 뉴욕이라는 도시를 고독과 공포에 싸인 무거운 곳으로 여겨지게 한다. 또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더 혼자인 것 같은 기이한 기분도 들게 한다.
이 영화로 로지 케리건은 도빌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개봉 당시 미국 영화잡지 ‘필름 코멘트’가 뽑은 그해 ‘베스트 영화 10’에 선정되기도 했다.89분.15세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7-07-0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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