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작은 민주주의를 상상한다/당대비평 편집위원회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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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영 기자
수정 2007-06-29 00:00
입력 2007-06-29 00:00
우리 안의 민주주의는 몇 개인가? 민주주의 국가 한국에서 우리는 과연 동일한 민주주의를 향유하고 있는가. 독재자가 아니라 ‘독재자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저항했던 이들조차 민주주의 20년을 저마다 평가하는 이때,‘자본의 민주화’로 거액의 투자수익을 누리는 이들과 신용불량자로 몰려 빈곤의 최저점에서 허덕이는 이들의 민주주의는 과연 같은 것일 수 있을까.

‘더 작은 민주주의를 상상한다’(당대비평 편집위원회 엮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는 ‘승리’와 ‘진보’로 기록된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우리는 과연 어떤 민주화에 성공했는가. 그 민주화는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이 책은 2년전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장기휴간에 들어간 계간 ‘당대비평’ 편집위원들이 모여 엮은 것이다. 저자들이 매기는 한국 민주주의 평가 점수는 후하지 못하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는 특정 정치제도·세력과 동일시되면서 어느새 ‘물신’이 돼버렸다. 국지적인 맥락 속에서 운동하는 알맹이가 아니라, 반민주와의 대립구도 속에서 ‘무조건적인 선’을 의미하는 껍데기로 변해버렸다. 저자들은 “과거의 민주화운동은 현재의 지배권력이 누리는 도덕적 정당성의 근간이 됐는데, 누가 감히 성공적인 민주주의의 역사에 시비를 걸 수 있겠는가.”라면서도 시비걸기의 역할을 자임한다. 거대기획으로서의 민주화는 진척됐을지 모르나 일상 삶에서의 민주화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문제의식을 책 곳곳에 깔았다.

책 제목 ‘더 작은 민주주의’는 ‘더 많은 민주주의’와 동일어다.“민주주의 핵심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 생활 속 요구와 시민의 사회경제적 요구를 정치적인 방법으로 조직하고 풀어나가는 것”이란 최장집 고려대 정치학 교수의 말이나 ‘동네민주주의’와 ‘작고 느린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말은 ‘더 작은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곳이 어딘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두 개의 대담과 13개의 짧은 글을 담았다. 김우창-최장집, 박노자-임지현의 대담은 각각 한국 민주주의와 민족주의의 속살을 헤집는다. 소설가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이상은 사라지고 추문이 된 386세대’에 대한 모욕감을 토로한다. 서문을 쓴 이상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는 간결하게 말한다.“정치를 넘어 민주주의를 생각하자, 다른 형식의 민주주의를 상상하자.” 1만 3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7-06-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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