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불량 아빠/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수정 2007-06-14 00:00
입력 2007-06-14 00:00
올해 고교에 진학한 딸은 공부하기가 버거운 모양이다. 저녁마다 학교에 남아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데다 중학생 때까지는 거의 가지 않던 학원을 두어 군데 다니기 때문이다.
그날 부리나케 퇴근해 집에서 아이를 만난 뒤 바로 저녁 먹으러 나갔다. 그러느라 아이는 야간 자율학습을 ‘땡땡이쳤다.’. 부녀는, 저녁을 먹은 뒤 차도 한잔 나누며 모처럼 여유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였다. 밤 늦게 귀가한 아내는 이야기를 듣더니 기막혀 한다. 그리고는, 아이 저녁 먹이겠다고, 야간 자율학습 그만 두고 집으로 오라는 아빠가 어디 있느냐며 ‘불량 아빠’라고 비난했다.
애 대학 보내는 거 책임지겠느냐는 추궁에 할 말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쩌랴. 딸아이에게 잠시나마 기쁨을 주고픈 것을.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7-06-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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