ℓ당 1700원대…소비자 속탄다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안미현 기자
수정 2007-06-13 00:00
입력 2007-06-13 00:00
ℓ당 1800원?

휘발유값이 겁없이 치솟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정유사·주유소는 서로 “상대가 폭리 주범”이라며 네탓 공방만 하고 있다. 그 사이 소비자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12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한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는 ℓ당 1779원이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값이 지난주에 사상 처음 ℓ당 1550원대를 돌파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전국에서 휘발유값이 가장 비싼 서울의 경우, 여의도나 강남 등 일부 ‘목 좋은’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700원대 후반으로 껑충 뛰었다.
이미지 확대


정부 “정유사 정제 마진 59% 급증”

정부는 “정유사가 고유가를 틈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정유사를 정조준한다. 재정경제부는 전날 석유제품 관세 인하를 발표하면서 “정유사의 휘발유 정제 마진이 지난해 12월 ℓ당 144원에서 올 5월 229원으로 59%나 늘었다.”고 공격했다. 반면 휘발유 세금은 같은 기간 1.2% 증가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휘발유값을 끌어올린 주범은 세금이 아니라 정유사의 폭리라는 주장이다.

그러자 정유업계는 “무식한 셈법”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석유협회 이름으로 공식 반박자료까지 냈다. 평소 정부의 눈치를 살펴온 업계로서는 이례적인 대응 수위였다. 협회는 “재경부가 말한 정제 마진은 휘발유 공장도가에서 원유 도입가를 단순히 뺀 수치”라며 “공장도가에는 관세, 석유수입 부과금, 운임, 유통비용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재경부 주장대로라면 석유 사업이 대박이 났어야 하는데 시장 1위 기업인 SK㈜만 하더라도 올 1분기(1∼3월) 석유사업 영업이익률(3%)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나 하락했다는 것이다.‘내수시장의 박한 이문을 수출로 벌충한다.’는 단골 논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고유가의 최대 수혜자는 오히려 정부라는 반론이다. 유류 관련 세수(稅收)가 2000년 17조원에서 6년새 26조원으로 53%나 급증한 점을 그 근거로 든다.

업계는 “휘발유 소비자값이 국제제품값의 등락에 신속히 반응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는)주유소 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긴다.

소비자만 골병

한국주유소협회측은 “정유사들이 휘발유 공장도가보다 ℓ당 30∼60원 싸게 주유소에 넘긴다고 하지만 이는 단골 주유소의 얘기”라며 “신용이나 거래기간 등을 트집 잡아 공장도가보다 더 비싸게 넘기는 예도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월말에 재고 물량을 털기 위해 덤핑으로 넘기는 바람에 유통질서가 무너져 손해가 크다고 반박했다. 인터넷에 헐값의 무(無) 브랜드 기름이 기승을 부리고 부판점(중간도매상)만 재미를 보는 것도 정유사의 횡포 때문이라는 하소연이다.

이태복 ‘5대 거품빼기 운동본부’ 대표는 “‘세금을 낮추면 휘발유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논리는 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 설득력이 없음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휘발유값 대비 세금 비중을 지금의 60%에서 최소한 40%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정유사들의 담합을 막기 위해 소비자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07-06-13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