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농촌사랑’ 회원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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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기자
수정 2007-06-11 00:00
입력 2007-06-11 00:00
농협중앙회가 고객들의 명의를 불법으로 무단차용해 ‘농촌사랑’ 회원으로 가입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가청렴위원회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10일 국가청렴위원회에 따르면 농협이 ‘농촌사랑운동’ 캠페인을 벌이는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의 회원을 모집하면서 100만명 이상의 고객 명의를 무단차용했다는 제보가 최근 접수됐다. 청렴위는 제보 내용에 대해 내부 확인 절차를 거쳐 지난 8일 경찰청에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냈다. 국가청렴위원회에 접수된 내부 문건에 따르면 농촌사랑범국민본부는 2005년 3월2일부터 같은 해 6월9일까지 ‘100만명 회원가입 캠페인’을 전개해 그해 12월 말 회원을 137만명으로 늘렸다.

2006년 337만명서 말썽일자 56만명으로 축소

또 농협중앙회 농촌지원부 농촌사랑추진단은 농촌사랑회원 모집 특별추진 기간인 2006년 3월15일부터 같은 해 9월15일까지 6개월 동안 회원 200만명을 늘렸다. 그 결과 회원은 지난해 말 337만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청렴위 관계자는 “제보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경찰 수사가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됐다.”면서 “개정 주민등록법 위반과 고객정보 유출 등 금융실명제 위반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고객 명의 차용을 통한 불법회원 모집 정황은 서울신문이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농협의 내부 감사자료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지난 4월22일자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방 모 지점의 경우 운동본부 회원가입 실적이 저조하자 2005년 3월23일과 30일에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을 운동본부 회원으로 무단 등록했다.

이 제보자는 “실제로 본인도 모르게 무단으로 운동본부에 가입된 사람들은 최소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농촌사랑회원을 모집할 수 없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전국 농협 영업점에서는 고객들의 동의 없이 농협에서 보유하고 있는 고객 예금거래신청서 및 하나로고객 명단을 보고 개인 정보를 차용했다.”면서 “지방의 한 지점의 경우 직원들이 창구 여직원들로부터 고객예금신청서 및 하나로 고객 명단을 받아 각각 200∼300명씩 불법으로 회원으로 가입시켰다.”고 밝혔다.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의 개인회원 가입 약관에 따르면 회원은 운동본부 후원자이자 농촌사랑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주말농장 등 도·농 교류사업에 참가하고 우리농산물 소비확대 운동을 벌인다. 농촌사랑 기부금을 낼 수도 있다.

농협중앙회는 문제가 불거지자 올 1월6일 각 지부에 ‘340만명의 회원 중 비활동 회원을 정리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 회원 가입 방식도 신청인이 직접 인터넷에 가입하는 형식으로 바꾸는 등 뒤늦은 진화에 나섰다. 비활동회원 정리 역시 고객 동의 없이 무단정리한 것이라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농협 “비활동 인원 줄인 것” 해명

서울신문이 지난 5일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에 연락해 농촌사랑운동에 가입한 인원을 확인한 결과 사무국 직원은 “인터넷을 통해 가입한 ‘진성’ 회원 수는 56만명”이라고 밝혔다. 회원 340만명이 갑자기 어떻게 56만명으로 줄었느냐는 질문에는 “비활동 인원을 줄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농협중앙회 홍보부는 “운동본부 회원은 4800여개 지점에서 군부대와 학교 등을 돌아다니며 모집한 것이다.”라면서 ”그중 극소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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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 농산물 수입 개방으로 인한 농업인의 사기진작 및 농협사업 실적 확대 등을 위해 농협중앙회가 주체가 되어 2004년 10월25일 발족했다. 농협중앙회장과 전경련 회장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2007-06-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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