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선관위 결정 정면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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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길회 기자
수정 2007-06-09 00:00
입력 2007-06-09 00:00
노무현 대통령이 선관위의 ‘선거중립의무 준수’요청을 하루 만에 정면으로 맞받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또다시 비판했고, 선관위 결정의 근거인 선거법은 ‘위헌’이며 ‘위선적 제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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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8일 오전 익산시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열린 명예정치학 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이 8일 오전 익산시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열린 명예정치학 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가 기관과 법의 독립성과 권위를 침해하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예상된다. 정치권에 민생·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면서도 분열과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이율배반적인 언행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 한나라당과 이 전 시장, 박 전 대표측에서는 “끔찍한 대통령”,“참 불행한 대통령”,“대통령이 헌법과 싸우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청와대가 “참여정부 평가포럼(참평포럼) 강연이 선거중립의무 위반이 아니다.”며 법리적 근거로 제시한 ‘특정단체 회원 상대’와 ‘비(非)반복성’도 이날 발언을 계기로 무너졌다.

노 대통령은 8일 “어디까지가 선거운동이고 선거중립, 정치중립인지 모호한 (현행 법의)구성요건은 위헌이며, 대통령의 정치 중립요구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위선적 제도”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원광대에서 명예 정치학박사를 받은 직후 학생 등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국가공무원법에는 대통령의 정치 활동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선거법에서는 선거중립을 하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선관위가 전날 노 대통령의 참평포럼 강연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정한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 대통령의 정치 활동을 보장한 국가공무원법과 상충한다는 점을 부각시킨 발언이다.

이날 원광대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된 특강에서 노 대통령은 “이명박씨의 감세정책으로는 복지정책이 골병든다. 절대로 속지 말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에게는 “합당과 연정은 아주 다른 것”이라면서 “합당과 연정을 구별도 못하는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니 제가 얼마나 힘들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 2일 참평포럼 강연에서 박 전 대표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표현하자 박 전 대표가 “독재자의 딸과 연정하자고 했느냐.”고 맞받자 다시 반박한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들을 빗대 “왜 보따리 싸들고 오락가락 그러냐. 이런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언론에도 각을 세웠다. 노 대통령은 “언론이 어느덧 민중을 억압하는 편에 서서 민중을 속이는 데 앞장 서 있다면 그 정통성은 어디서 인정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5년 단임제를 하는 선진국은 없다. 쪽팔린 것이다.”라고 말해 임기 내 개헌 무산에 따른 서운함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또 참여정부 국정실패론을 거론하며 “저도 비교적 솔직해서 잘못이 있으면 잘못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별로 말할 게 없다.”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한 선관위원은 “공직선거법에서 말하는 것은 선거에서의 중립인데, 그것을 국가공무원법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노 대통령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했다.

다른 선관위원은 “좀 더 검토해봐야 겠지만 전체회의를 소집할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시장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저는 물러날 대통령과 싸울 생각없다. 저는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면서 “이쯤에서 대통령이 자기 업무에 충실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 한선교 대변인은 “어제는 대선에 개입하고 오늘은 언론을 탄압하고, 과연 대통령의 가슴에 국민은 어디에 있느냐.”고 꼬집었다.

박찬구 나길회기자 ckpark@seoul.co.kr
2007-06-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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