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뒤엔 기록증명서에 ‘흔적’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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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수정 2007-06-04 00:00
입력 2007-06-04 00:00
2008년 1월1일. 서울에 살고 있는 회사원 홍길동(30·가명)씨는 ‘새해 첫날 웬 결혼식이냐.’는 지인들의 원성 속에서도 마냥 싱글벙글이다. 이튿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난 홍씨는 하루라도 빨리 신부와 법적인 혼인관계를 맺기 위해 서귀포시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한 뒤 곧바로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았다. 본적 개념이 아니라 등록지 기준 개념으로 바뀐 덕분이었다. 서울이 등록기준지인 홍씨의 경우 기존의 호적제도가 유지됐더라면 혼인신고를 해도 본적지 관청에서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혼인신고가 기재된 호적등본을 발급받는 데 1∼2주가량 기다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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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는 혼인신고를 할 때 자녀가 태어나면 신부 강나나(30·가명)씨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했다. 수백년 동안 남자의 성과 본만 따르도록 돼온 가부장적 부성주의에 굳이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듬해 2월 예쁜 딸이 태어났고 이름을 강소연(가명)으로 지어 출생신고를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같은 해 좀 더 대우가 좋은 직장에서 이직을 권유받은 홍씨는 그 직장에서 신분 증명을 위한 기본증명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해와 흔쾌히 서류를 냈다. 양자인 홍씨는 이전 호적제도를 통해서라면 입양으로 부모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호적등본에 그대로 나타나 있어 제출하기가 꺼려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자신의 출생과 국적, 개명 여부 등만이 기재되어 있는 기본증명서만 제출하면 되고 가족관계증명서는 회사측이 요구해 오지 않아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불행이 닥쳤다. 아내 강씨와 불화가 생겨 이혼을 하게 된 것. 아내는 곧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면서 딸 소연이에 대한 양육비와 친권 문제를 논의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엄연히 소연이를 낳은 친아버지인 데다 소연이의 가족관계등록부에도 친부로 기록돼 있어 양육비는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는 소연이의 미래를 생각해 새아버지에게 친양자입양을 시키겠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홍씨는 소연이에게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게 됐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젖먹이인 소연이에게 홍씨는 결국 법적으로 잊혀진 인물이 되는 것. 그러나 입장을 바꿔놓고 봤을 때 여성인 강씨는 바뀐 제도가 아이나 자신을 위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예전 호적제도가 유지됐다면 자신과 소연이의 호적등본에 자신의 이혼 경력이 버젓이 적혀 있어 일부 색안경낀 시선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7-06-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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