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영 기자의 고시 블로그] “고시 2차 시험장은 우리 대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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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5-31 00:00
입력 2007-05-31 00:00
매년 사법시험이나 공무원 임용시험처럼 큰 시험을 치르는 법무부와 중앙인사위원회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시험장 구하기’다. 번거롭다는 이유로 일선 중·고등학교에선 좀처럼 시험장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치르는 사법시험·행정고시 2차 시험의 경우는 그 반대다. 대학마다 시험장을 유치하기 위해 물밑 경쟁을 한다. 대학들이 시험장을 유치하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는 모교 출신 수험생의 편의를 위해서다. 둘째는 대학 이미지 홍보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시2차는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에서, 행정고시 2차는 고려대와 성균관대에서 치르고 있다. 연세대 법과대학 사시지원팀 관계자는 “나름대로 합격생을 낸다 하는 학교들은 2차 시험을 유치하고 싶어한다.”면서 “연세대도 4∼5년 전부터 사시 2차 시험장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책상 크기 등 시험장 선정 기준 까다로워

성균관대 관계자도 “이미지 제고 효과도 있지만 200명 가까운 재학생이 홈그라운드에서 시험을 본다는 게 상당한 이득”이라면서 “대부분 학교들이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가까워 수험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중앙대는 올해부터 아예 사시 2차 시험장으로 신축 법학관을 추가로 내놓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홍보효과 때문인지 대학에서 협조를 잘 해준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몇년 전 총장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사시, 행시 2차를 모두 유치했다.

하지만 원한다고 모두 2차 시험장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용인원이나 책상의 크기 등 법무부와 인사위가 제시하는 기준은 꽤 까다롭다. 심지어는 교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의 정도도 시험장 선정의 기준이 된다. 만약의 경우 정전이 되더라도 시험이 진행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장이 지하에 없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역안배도 고려 대상이다. 행시2차 시험장으로 쓰이는 성균관대는 사시2차시험을 유치하려고 수년 전부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곳에 고려대가 있다는 이유로 배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성대 관계자는 “법대 교수를 통해 의사를 타진해보기도 했지만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법무부나 인사위 입장에서도 한번 시험장으로 쓰인 학교는 시험장으로서 ‘검증’이 된 셈이기 때문에 큰 이변이 없는 한 시험장을 바꾸지 않는다.

서울대는 “관심없어”

그러나 정작 학교 출신 수험생이 가장 많은 서울대는 2차 시험장으로 이용된 적이 없다. 서울대 관계는 “하루에도 수십건의 행사 요청이 들어오는 걸 들어주다 보면 본래의 교육,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험생들의 요청으로 매년 서울대에 협조를 요청해보지만 학사일정을 이유로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사위는 아예 서울대에는 협조 요청도 하지 않는다. 인사위 관계자는 “더 적절한 장소가 있는지 찾아보겠지만 서울대에 요청할 이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dochi.blog.seoul.co.kr
2007-05-3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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