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건축, 보이지 않는 생각/마크 겔런터 지음
수정 2007-05-25 00:00
입력 2007-05-25 00:00
● 예술사상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 포괄적 구성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예술사상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짜임새 있게 구성한 포괄성이다. 이런 내용을 각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인의 ‘안 보이는 출발점’으로 삼고 있으며 궁극적 목적은 건축을 지향하고 있다. 각 항목마다 길이를 잘 조절해서 균등하게 배분함으로써 통사의 미덕을 지켰다.
각 시대를 대표해서 뽑힌 항목들의 종류와 개수도 적당한 선에서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칸트, 헤겔, 바우하우스 등 다루는 각 항목들은 큰 주제들이지만 대표적인 내용만 골라서 요점 정리를 잘 했다. 전문가의 눈에는 많은 중요한 주제들이 여전히 빠져있긴 하지만 교양서인 점을 감안하면, 더 많았을 경우 자칫 지루하거나 산만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한 울타리 안에 합해놓은 것이다. 예를 들어 바로크의 경우, 존 로크의 경험적 오성론과 아카데미를 나란히 배치시켰다. 표면적으로 보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학문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는 ‘통섭’ 혹은 ‘융합’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이 책의 원저는 1995년에 출판되었다). 이 책의 문제점은 이런 다양한 내용들을 단순 병렬시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계몽주의의 신고전주의 편에서 빙켈만을 다루고 있는데, 빙켈만은 건축과 직접적 연관성은 없지만 간접적 영향력은 큰 인물이었다. 당연히 르로와, 레벳, 스튜어트 등과의 영향관계를 어떻게 해석해낼지를 기대했지만 그런 내용은 어느 곳에도 없다. 학문적 다양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적어도 건축에서 빙켈만에 대한 논의는 그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를 못 갖고 그릭(Greek) 리바이벌이나 도리스식 리바이벌과의 연관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이 책에서는 이런 식으로 연관관계를 정밀하게 추적해야 할 수십 가지의 주제들이 단순 나열되는 데 그치고 있다. 이쪽 책꽂이의 책과 저쪽 책꽂이의 책을 한 곳에 모아 요약정리해 놓은 것 이상의 논의는 없다. 제목에 ‘건축’이란 단어가 들어간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각 시대의 예술사상이 그 시대의 건축에 어떻게 투영되고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한 정밀한 추적과 해석이 아쉽다.
이런 문제는 문체와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평이한 이야기체가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장점은 있지만 논의를 너무 방담처럼 흘러가게 하는 위험성도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사전지식을 많이 요구하는 어려운 주제들이지만 쉬운 문체 때문에 만만한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워 보인다.
●건축·예술이론에 대한 좋은 안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사전다운 포괄성은 높이 살 만하다. 기초 단계의 건축 책과 미술 책을 읽은 독자가 역사를 보는 눈과 논의의 사고 틀을 확장하는 데 더없이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건축이론이나 예술이론을 공부하는 전공자들에게는 다양한 연구주제를 캐낼 수 있는 백화점과 같은 책이다. 대학 도서관에서 300번대,500번대,700번대,900번대 등에 분산되어 꽂혀 있는 많은 책들을 한 가지 주제 아래 엄선해서 요약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 리뷰
이 책은 한 마디로 예술사상의 역사에 대한 높은 수준의 종합 전문 교양서라 할 수 있다. 제목에는 건축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지만 내용은 건축 이전의 미학, 철학, 사회학, 교육, 제도 등 예술과 관련된 문화사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내용을 고대 그리스부터 20세기말까지 시대 순으로 정리하고 있다.
임석재(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
2007-05-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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