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정권책임론 탈피용 ‘의도된 反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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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수정 2007-05-14 00:00
입력 2007-05-14 00:00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김근태·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공격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주자를 공개 비판하는 일도 전례가 없지만, 범여권 대선주자가 대통령에게 대놓고 반발하는 것도 과거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두 사람의 전의(戰意)를 부추기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은 ‘고건·정운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생존본능 차원일 수 있다. 김 전 의장은 13일 “노 대통령의 공격에 고건 후보가 좌초됐고, 정운찬 총장이 그만뒀다. 정동영과 김근태 역시 공격대상에 포함됐다.”고 했다.“독재정권이라고 비판했던 전두환 대통령조차 정권창출을 위해서는 자신을 밟고 가라며 길을 열어줬다.”는 말도 곁들였다. 정 전 의장도 “(노 대통령이)‘정동영 나가라.’고 한 것은 너무 심한 말이다. 어떻게 정동영에게 나가라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근본적으로는 노 대통령으로부터 더 이상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이 두 사람의 강경행보를 규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자신들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이상, 친노(親盧)를 포기하고 반노(反盧)로 가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고 했다.

친노의 강을 건너면 그 대안(對岸)엔 ‘호남’과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있다. 기댈 언덕이 있는 것이다. 마침 그 언덕은 비노(非盧)의 숲으로 무성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사실 범여권의 주류는 호남”이라며 “이런 사실이 두 사람에게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호남과 DJ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는 최근 두 사람의 행보는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반노의 강화를 통해 자신들을 옥죄고 있는 ‘2선 퇴진론’의 불식을 노린다는 관측도 있다. 범여권 관계자는 “둘의 대권행보에서 가장 큰 멍에는 현 정권 책임론”이라며 “그들은 지금 친노 이미지를 탈색 중”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열악한 지지율도 사나운 공격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지금 두 사람은 워낙 바닥이기 때문에 뭘 해도 잃을 게 없다.”며 “역설적으로 요즘 그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요며칠 청와대가 비교적 잠잠한 데는 ‘맞서봐야 두 사람만 좋은 일 시킨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맞물린다.

하지만 반전의 기회를 잡은 두 사람이 공세를 당장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공격은 더 정교해지고 있다.“역사상 유례 없는 현직 대통령의 여권후보 죽이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김 전 의장의 13일 발언은 ‘피해자 이미지’를 환기시킬 수 있다.



정 전 의장측 정청래 의원은 이날 노 대통령의 측근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으로 공격 대상을 확장했다.“유 장관이 홈페이지에 정동영·김근태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조사를 했는데, 이것은 자당 후보와 대통령을 욕보이는 것이므로 해임과 출당조치를 해야 한다. 간신을 내쳐야 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07-05-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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