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직설형, 김근태=고백형, 정동형=누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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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수정 2007-05-09 00:00
입력 2007-05-09 00:00
“알려지지 않은 얘기하겠다. 지금까지 한번도 말씀드린 적이 없는데…. 이것이야말로 명분과 가치가 없는 일이라 망설이다 말씀드린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은 8일 기자간담회 도중 이런 말을 시작으로 노무현 대통령과의 ‘비화’를 폭로했다. 지난해 중반 자신의 4년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 주장에 대해 노 대통령이 전화로 비판해온 얘기다.

김 전 의장의 이런 모습은 2002년 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의 ‘사건’을 연상시킨다. 당시 경선후보로 나섰지만,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부심하던 김 전 의장은 본격적인 경선 돌입을 앞두고 자신이 권노갑 고문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폭로, 파문을 자초한다. 김 전 의장은 양심고백 차원임을 애써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솔직함과 청렴함을 역설적으로 부각시키려 했지만, 정국은 발칵 뒤집혔다.

이런 일련의 사례로, 이제 김 전 의장은 정치적 고비에 처하면 ‘은밀한 부분’까지 폭로를 불사하는 정치인 유형으로 남을 것 같다. 정치권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평소엔 운동권 스타일로 사고하다 결정적인 순간엔 정치적으로 판단하는데, 김 전 의장은 반대로 결정적인 순간에 운동권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반면 정적(政敵)에 맞서는 정동영 전 의장의 스타일은 김 전 의장에 비해 ‘지능적’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노 대통령을 만나 설전을 벌인 사실을 며칠 뒤 일부 언론에 흘리는 방법으로 ‘정치적 목적’을 추구했다.

방송기자 출신인 정 전 의장은 그전에도 언론을 잘 ‘활용’했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직후 김원기 의원과 당권 다툼을 벌일 때 정 전 의장은 일부 언론에 지속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흘리는 식으로 결국 김 의원을 ‘넉다운’시켰다.

앞서 정 전 의장은 2000년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 면전에서 당시 2인자였던 권노갑 최고위원의 ‘2선퇴진’을 주장했고, 이것이 나중에 언론에 알려지면서 ‘정치적 체급’을 올리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 노 대통령과의 담판 사실을 적극 활용하는 것과 흡사한 면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정인을 공개석상에서 ‘찍어’ 비판하는 정공법을 구사하는 편이다. 지난해 말 자신이 총리로 기용했던 고건씨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했고, 이번에도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을 직접 겨냥해 공격했다.



세 사람의 스타일 차이가 어떻든, 어제의 동지에 안면몰수하고 등을 돌리는 비정함은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07-05-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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