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 한 900일간의 소풍/왕일민·유현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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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기자
수정 2007-05-04 00:00
입력 2007-05-04 00:00
중국 최북단인 헤이룽장성 타허부터 티베트 라싸고원까지 무려 3만㎞.

이 길을 자전거 수레를 끌고 걸었다. 그 수레에는 100세의 노모가 있었고, 수레를 끈 이는 74세의 아들이었다.900일간의 소풍이 끝나자 103세 생일을 며칠 앞둔 노모는 하얼빈에서 세상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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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이제 ‘티베트(시짱·西藏)에 유골을 뿌려달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두 번째 여행에 나선다.

‘어머니와 함께 한 900일간의 소풍(왕일민·유현민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은 인구 13억의 중국 대륙을 울린 이 시대 마지막 효자의 이야기이다. 과장을 좋아하는 중국인답게 ‘효자왕’으로 불린 왕일민씨는 고향 타허에서 평생을 산 노모가 ‘죽기 전에 세상 구경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소원을 풀어드리기 위해 길을 떠난다.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티베트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땅이다. 산골에 붙박혀 살아온 노모가 대체 어떻게 티베트란 곳을 알았는지 연유를 알 수 없었지만, 아들은 어쨌든 떠나기로 한다. 자신도 없었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란 생각에 자전거 수레를 직접 만들었다.

수레는 어머니가 겨우 누울 수 있는 크기였다. 언덕이라 자전거가 오를 수 없는 곳은 밧줄을 어깨에 메고 수레를 끌었다. 피가 흐르는 것은 예사였다. 중국 가장 북쪽인 타허에서 최남단인 하이난다오까지 자전거 수레는 내려왔다. 여행 중간에 방송에 출연하고, 신문에도 보도되면서 이들의 여행은 중국 전역의 화젯거리가 됐다.

고급호텔에서 서로 모셔가 편안한 잠자리와 식사를 대접했다. 여비로 쓰라며 돈을 던져넣고 가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왕일민씨는 하이난다오에서 길을 멈춘다. 티베트의 라싸까지 가기에는 어머니의 건강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여행 중간에 “내가 100년된 인삼”이라며 사람들을 웃기기도 했지만, 바지를 버려놓고 소변을 보지 않았다고 우기기도 했다.



나이가 들수록 어린아이의 성정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아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이 될 어머니의 여행이 최대한 편안하도록 노력했다. 글을 쓴 작가 유현민씨는 신문보도를 통해 왕씨의 소식을 접한 뒤 여행 중인 그를 찾아다니려 2년 동안 노력한 끝에, 어느 추운 겨울날 하얼빈에서 결국 그를 만났다. 책을 펴내고 싶지 않다는 왕씨의 진지한 뜻을 설득해 일주일간 동고동락하며 마침내 글을 완성했다.98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07-05-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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