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외진출 논란 “지금이 적기” “아직은 일러”
문소영 기자
수정 2007-05-02 00:00
입력 2007-05-02 00:00
금융감독원의 고위관계자는 “은행이 최근 4∼5년 동안 10조원에서 13조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단군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순이익이 많을 때 해외진출을 해야 손실에 대한 부담 없이 시장개척 등 영업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사무소나 점포를 내려면 800억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은행당 1조원의 순이익이 나는 상황에서는 설사 망한다고 해도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담보대출 시장도 이미 포화됐고, 최근 소호대출 등 중소기업 대출 쪽으로 수익원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면서 “금융 선진국은 어렵겠지만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 동유럽에서는 우리은행들이 영업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근 은행들이 현지인 고용 등을 통해 현지화하고, 중소규모의 현지은행 인수를 추진하기 때문에 90년대 말과 같은 실패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책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해외에서 소매금융을 하려면 전국적인 지점망을 갖추지 않고 성공할 수 없다.”면서 “때문에 현재의 점포나 사무소 형태로 진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국내에선 은행 창구에 앉아만 있어도 이자마진으로 수익이 나지만, 해외 영업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그는 세계적인 금융그룹인 씨티은행도 소매금융을 위해 한미은행을 인수해 전국적 지점망을 갖췄다고 사례를 들었다.
또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도 “시중은행들의 해외 사무소나 점포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업무편의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그런 수준이라면 비싼 수업료를 내지 말고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 등에 맡겨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최근 베트남·중국 등에 진출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일본은 최근 호찌민의 점포나 사무소를 다 철수하고 한곳만 남겨두는 쪽으로 정리했다.”면서 “동남아의 경제 성장률이 높다고 해서 시중은행들이 너도나도 진출하면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가 된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도 “지점망을 갖춘 현지은행을 인수한다고 해도 본점에서 파견된 직원이 현지인들을 지휘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지분 참여에 불과하다.”면서 “해외진출 이전에 현지인의 경제활동의 특징 등을 파악, 영업전략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한 “국제적 금융 감각을 지닌 외국의 고급인력의 스카우트도 필요한데, 국내 노조의 반발로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07-05-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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