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부모들의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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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훈 기자
수정 2007-04-24 00:00
입력 2007-04-24 00:00
조기 유학 열풍이 거센 가운데 중·고교생의 경우 인종 갈등, 초등학생은 가정내 갈등을 상당부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부모 입장에서는 경제적 부담은 물론,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23일 기획예산처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 자녀를 조기 유학 보냈거나 준비 중인 학부모 29명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한 ‘조기 유학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이같이 드러났다.

주변과의 갈등에 경제적 부담까지

조기 유학을 떠난 중·고교생의 학부모들은 인종 갈등으로 한국 학생들끼리 어울려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가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다. 또 영어 실력 부족으로 다른 과목에 대한 이해 능력이 떨어져 수업 외에 지속적으로 과외를 받도록 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중·고교생에 비해 교우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부모와의 갈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 학부모는 “유학 초등학생의 80%가 과외를 하는데, 한국과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외국에 와서도 한국 아이들끼리 경쟁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 학부모들은 연간 소득 60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자녀의 유학비용 부담으로 저축 등 재산 증식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경우 사립학교 학비 2600만∼3500만원, 공립학교 학비 1500만∼2000만원, 생활비 1500만원 등 연간 비용이 3500만∼5000만원이 든다. 영국은 학비 2000만원, 생활비 2500만원 등 4500만∼5000만원 선이다. 자녀의 조기 유학은 가정에도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한국에 남은 ‘기러기 아빠’는 돈버는 기계라는 자괴감을 느끼고, 자녀를 따라 현지에 체류하는 어머니는 자녀와의 갈등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해외로 내모는 국내 교육

이같은 문제에도 자녀를 조기 유학 보내는 것은 국내 교육이 획일적이고 입시 위주여서 반작용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또 예·체능 과목의 경우 자녀의 적성이 아니라 성적 때문에 과외를 받게 하는 등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국내 교육 풍토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아이가 왼손으로 글씨를 썼더니 선생님이 구박했다.”면서 “이 때문에 아이가 학교를 가지 않으려 했다.”고 털어놨다. 반면 선진국들은 한국과 달리 아이들의 장점을 찾아 주는데 교육의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중·고교의 경우 과목 수가 5개를 넘지 않아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적성에 맞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때 중간고사 한번 못 보면 내신 성적이 엉망이어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다.”면서 “차라리 외국에서 대학 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조기 유학을 국내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디자인학교와 같은 특성화 교육을 다양하게 육성하고, 교육 개방을 통해 외국 교육기관을 국내에 유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007-04-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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