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회사·병원 ‘10년간 검은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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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일 기자
수정 2007-04-18 00:00
입력 2007-04-18 00:00
전국 산부인과 병원에 자금을 싸게 빌려주면서 분유를 독점적으로 공급한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내게 됐다.

두 회사는 신생아들이 처음 먹은 분유를 계속 찾는다는 소비 행태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같은 거래를 10년간 유지해 왔다. 병원과 분유회사의 뒷거래로 아기의 분유를 선택할 수 있는 산모의 권리만 처음부터 박탈된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전국 143개 산부인과 병원에 연평균 3.32%의 싼 이자로 자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분유를 독점 공급한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에 각각 1억 2000만원과 1억 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 회사는 1997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다른 회사의 분유를 쓰지 않는 조건으로 남양유업은 85개 산부인과에 338억원을, 매일유업은 58개 산부인과에 278억원을 각각 빌려줬다. 병원들은 빌린 돈을 운영비나 건물 증축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6.37%이다. 두 회사가 이같은 조건으로 공급한 분유는 남양유업이 12억 5900만원(97t), 매일유업이 11억 400만원(87t) 등이다. 자금을 빌려줄 때 시중금리와의 차이로 인한 두 회사의 손실액은 남양유업이 39억 2100만원, 매일유업이 26억 8800만원이다. 따라서 분유납품 가액을 빼더라도 남양유업은 26억 6200만원, 매일유업은 15억 8400만원씩 순손실을 본 셈이다.

공정위는 “저리의 대여금이 해소되면 다른 분유회사들과의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산모의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에 동의한 병원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으며 두 회사가 구역을 나눠서 담합한 흔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2007-04-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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