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다양성이 진정한 평등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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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4-07 00:00
입력 2007-04-07 00:00
프랑스 인권선언은 제 1조에서 “인간은 나면서부터 자유로우며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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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논설위원
함혜리 논설위원
고 했다. 최근 현대중공업 민계식 부회장으로부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민 부회장은 어릴 때 인권선언 1조를 영문으로 적어 항상 목에 걸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도록 시킨 사람은 민 부회장의 부친이었다. 경성제대 의학부 1회 졸업생으로 알아주는 인텔리였던 그의 부친은 어린 아들에게 수시로 인간은 어떻게 대접받아야 하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인권선언 1조는 민 부회장의 생활철칙이 됐다. 그는 능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누구든 각자 장점을 갖고 있고,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소개한 것은 다양성과 평등이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평등의 실천은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알 때에 비로서 가능한 일이다. 프랑스 독일 영국 같은 유럽의 선진국들은 이런 도덕률을 일찌감치 받아들여 사회적 안정을 누리고 있는 국가들이다. 평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공동체의 발전에 이득이 된다는 것을 터득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등 의식은 21세기에 걸맞게 발달했으나 다양성에 대한 의식은 아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우리가 목도하는 모든 여러가지 사회갈등과 불안은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평등과 다양성의 불균형이 빚어낸 대표적인 갈등 사례가 교육 문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다.‘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고교 평준화가 실시됐고, 대학 본고사도 폐지됐다. 문제는 평등을 원하면서도 능력이나 노력의 차이는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맞춰 대입 제도를 짜깁기하다 보니 하향 평준화와 공교육 부실을 초래했다. 공교육 부실은 사교육 과열, 조기 유학붐, 특목고 신드롬 등을 낳고 있다. 평등을 위해 도입된 평준화가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권력과 부의 대물림을 낳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학들은 대입 3불정책(대학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불가)이 대학경쟁력과 교육발전을 가로막는 암초라며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평등의 이름으로’ 3불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평준화 정책이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은 특목고 열풍으로 입증되고 있다. 교육시장에서는 수월성 교육이 이미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정책도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정책당국은 ‘다양성’을 인정하는데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류대 출신만 대접받는 사회 분위기와 부모들도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평준화와 수월성을 대립적 관계로 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두 가지 개념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교육정책을 펼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일반 대학에서 공교육의 철학을 유지하면서, 소수의 엘리트들은 그랑제콜에서 강도높은 교육을 받게 한다.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최근 타결됐다.FTA의 정신은 개방과 경쟁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경쟁력있는 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시급한 과제다. 교육시장의 요구와 변화를 외면한 채 교육평등주의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평등과 다양성의 조화를 찾아야 한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7-04-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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