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정상회담 秘線으로 추진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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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3-30 00:00
입력 2007-03-30 00:00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와 북한 이호남 참사의 지난해 10월 베이징 접촉이 노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핵실험 직후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려 안씨를 보냈으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는 것이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밝힌 ‘안·이 회동’ 내용이다. 이 실장이 회동의 전모를 밝혔다고 볼 수도 없겠으나, 밝힌 내용만으로도 개탄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참여정부가 애써 강조해 온 대북접촉의 투명성이 일거에 무너졌다. 청와대는 그동안 야권이 제기한 베이징 회동설과 남북정상회담 기획설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비선(秘線)조직을 동원한 대북접촉은 결코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노 대통령 지시로 버젓이 비선조직의 비밀접촉을 갖고도 국민에겐 지금껏 멀쩡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던 셈이다.

접촉 과정과 논의 내용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회동에는 북측과 대화채널을 갖고 있는 한 주간지 기자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행정관,KOTRA출신 권오홍씨, 그리고 안희정씨 등이 참여했다고 한다. 안씨는 대통령 측근일지언정 불법대선자금을 받아 옥고를 치른 일반인에 불과하다. 대체 이들이 무슨 자격으로 북측 인사와 만나 남북경협을 얘기하고, 정상회담을 타진했다는 말인가. 한반도에 북의 핵실험이라는 암운이 드리운 그 위중한 국면에 통일부나 외교부, 국정원 등 대북정책 기관들을 제쳐놓고 여권의 386 몇몇이 나설 정도로 남북문제가 가벼운 사안은 결코 아닐 것이다.

국민의 정부 대북송금을 형사처벌한 참여정부다. 비선을 동원한 대북접촉의 적폐를 끊고 투명하게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천명한 참여정부다. 지금의 자가당착적 행태는 결국 무리하게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청와대는 베이징 회동의 전모를 밝히고 공식채널을 통한 정상회담 모색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07-03-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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