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장 시인 연작서사시집 발간
박홍환 기자
수정 2007-03-16 00:00
입력 2007-03-16 00:00
왕릉에 빠진 시인의 나직한 읊조림
서쪽으로 해가 넘어가는 해거름 나절의 왕릉을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잘 정돈된 왕릉 구석구석에서 스멀스멀 새어 나오는 수백년 역사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어떤 순간에는 일갈하는 왕의 목소리까지 환청으로 들려오기도 한다.
시인 이오장씨도 그 환청에 이끌려 2년여 동안 왕릉을 찾았다.
태조부터 순종까지 조선왕조의 왕과 왕비 능은 물론 비운의 사도세자 융릉까지 46개의 능을 발품을 팔아 모두 찾아봤다.
그리고 왕들이 하고 싶었던 말들을 모아 ‘왕릉은 말한다’ 연작 서사시를 썼다. 이번에 이를 한번에 묶어 시집 ‘왕릉’(토우 펴냄)을 냈다.
“…/손수 무너뜨리고 세운 내 나라 조선에서/아들에게 자리 뺏기고/어린 자식까지 잃었을 땐/인왕산을 무너뜨리고 싶었다/…/마지막 유언 한마디 들어주지 않고/무덤에 갈대를 씌운 아들은 뭐라 했을지/…”(왕릉은 말한다1-태조 이성계 건원릉 가운데)
‘왕자의 난’으로 권좌에서 밀려난 태조의 고뇌와 건원릉 주변의 갈대밭에 얽힌 사연 등이 녹아 있다.
이처럼 ‘왕릉’에 실린 시들은 대부분 역사적 사실과 그 의미 등을 담고 있다. 주석으로 각 왕릉의 주인에 대한 세세한 설명을 정성껏 붙였다.
시인은 “누구나 사연이 있고,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살지만 통치자로서 왕의 말은 현재 시각으로도 일치하는 점이 많아 중단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왕이 하고 싶었던 말이 자꾸 귀청을 울려 시작한 게 왕릉 연작시가 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의 화자는 모두 왕릉의 ‘주인’들이다.
유승우 인천대 명예교수는 “시인은 철저한 역사의식을 갖고 시를 쓰고 있다.”면서 “왕릉의 시를 빗대 오늘의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고 평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2007-03-1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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