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벽을 허물다…나홀로 소송 5년새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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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섭 기자
수정 2007-03-05 00:00
입력 2007-03-05 00:00
변호사 없이 혼자서 소송을 하는 ‘나홀로’ 소송이 해가 거듭할수록 급증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난생 처음 나홀로 소송을 경험했다.‘하루 입원비 6만원 보장’이라는 광고를 보고 한 손해보험에 가입한 것과 관련해서다.

하지만 정작 교통사고로 6개월의 보상비를 청구하자 보험사측은 과잉 입원이라며 1개월분만 지급하고 5개월치 입원비는 주지 않았다.A씨는 결국 나홀로 소송을 벌여 받지 못했던 5개월분의 입원비를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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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72만건서 2005년 95만건으로 늘어

A씨의 예처럼 나홀로 소송은 인터넷 등에 변호사 없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지식이 넘쳐나 생각보다 소송이 어렵지는 않다. 간단한 사건은 나홀로 소송을 진행해도 소송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데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나홀로 소송의 전체 건수는 2001년 72만 6949건에서 2005년에는 95만 9531건으로 32% 늘어났다. 전체 사건 대비 나홀로 소송 비율은 2001년 88.1%에서 2005년 84.4%로 줄어들었지만 소송액이 1억원이 넘는 민사합의 사건은 나홀로 소송 비율이 2002년 24%,2003년 24.5%,2004년 24.0%,2005년 26.2%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나홀로 소송은 특히 채권ㆍ채무, 이혼 위자료, 전세 임대차, 임금 체불, 부동산 등기 관련 소송에서 많다. 비교적 돈을 주고받은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증거도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증거가 확실하거나 간단한 소액사건의 승·패소는 나홀로 소송과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서류 제출하러 수차례 법원 헛걸음도

하지만 나홀로 소송도 절차가 복잡하고 많은 시간을 소송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소송을 진행하면서 법리가 복잡해지고 증거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소송은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혼자 해결하려다가 이길 수 있는 사건에서 지는 경우가 있다.

또 나홀로 소송 당사자들에게 법관이나 법원 직원들이 소송 절차를 설명해 줘야 하기 때문에 업무 과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법원 직원은 “소송서류 하나를 내는 데 법원에 몇 차례나 들락거리는 나홀로 소송 당사자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도 “변호사를 못 믿고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소송은 전문적인 법률 문제가 많아 변호사를 잘 골라서 맡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나홀로 소송을 위해 법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원행정처 이형근 민사정책심의관은 법률전문잡지 ‘법조’ 1월 호에 ‘미국의 본인 소송(나홀로 소송) 증가와 대응방안’이라는 연구논문에서 미국 사례를 들었다.

미국은 법원 내에 ‘셀프헬프센터(Self-help Center)’를 만들어 나홀로 소송 당사자가 효과적으로 소송을 준비할 수 있도록 견본·서식·참고자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심의관은 “각종 서식을 쉽게 만들고 법률 용어를 순화시키는 등 나홀로 소송의 불필요한 장애를 없애고 나홀로 소송이 부적절한 경우엔 변호사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07-03-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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