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이명박의 말 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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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3-02 00:00
입력 2007-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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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만큼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면 자신의 말 실수가 미칠 파장 정도는 최소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치 지도자의 말 실수는 대략 세 가지 이유에서 나온다고 본다. 첫째는 말을 많이 하는 데서 실수를 하는 법이고, 둘째는 성정이 겸손치 못하고 오만한 사람에게서 자주 나온다. 마지막으론 사색이나 철학이 빈곤한 사람도 말 실수를 종종 한다.

지금 지지율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말 실수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설화(舌禍)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산업화 비판세력을 ‘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라고 비난한 것이 화근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같은 당 경쟁자는 물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등 다른 당도 ‘이명박 깎아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며 이 전 시장의 자질론과 연결짓는다. 역사와 철학이 빈곤한 ‘불도저 리더십’으론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 수 없다고도 공격한다.

이 전 시장의 말 실수는 처음은 아니다. 얼마전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3을 4명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며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해서 구설수에 올랐고,‘충청도는 (대선에서)이기는 쪽에 붙는다.’고 지역 비하발언을 하기도 했다.

세계의 유수 기업들도 최고경영자(CEO)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폭락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CEO들도 공개된 장소에서 발언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기업 CEO들도 그런데 하물며 대통령은 어떻겠는가. 대통령의 말 실수는 그 파장이 엄청나다. 국가신인도와 국가통치에 중대한 지장을 줄 수 있다. 잦은 말 실수가 국정 난맥과 국가 위기까지 초래할지 모른다. 국제관계에서도 쓸데없이 점수를 깎이게 된다.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국내적으로도 대통령의 별 의미 없는 말 한마디가 국민들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안길 수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실증적으로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의 발언이 사사건건 논란의 중심이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낮은 지지율이 고민스러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2004년 총선 때의 노인 비하 발언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아들 병역비리가 이슈가 됐을 때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지금도 회자되는 그의 ‘창자 발언’도 그렇다.

정치 지도자의 말 실수는 정치 수준의 하향화를 촉발하는 것은 물론 국민들의 ‘정치혐오지수’만 높일 뿐이다.

이 전 시장은 말을 잘하는 편이다. 다변(多辯)이다. 말의 속도도 빠르다. 그러다보니 실수가 나오는 것 같다. 오만하거나 철학 빈곤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결과론으로 나타나는 말 실수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고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대선 후보, 그것도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명박 전 시장이라면 더 이상 ‘재치 문답’이나 ‘순발력 게임’을 즐겨서는 안 된다. 설령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절제되고 품격있는 발언’으로 의사표시를 했으면 한다. 말수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그것이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길이다.

jthan@seoul.co.kr
2007-03-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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