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탈당 선언] ‘우리당 길 터주기’ 명분 先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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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석 기자
수정 2007-02-23 00:00
입력 2007-02-23 00:00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마침내 ‘탈당 카드’를 던졌다.

“탈당은 절대 하지 않겠다. 백의종군의 마음으로 당과 함께 가겠다(2006년 8월), 퇴임하더라도 당에 끝까지 남고 싶다(〃 11월).”며 당을 지키기 위해 강한 집착을 보였던 노 대통령도 급변하는 정치환경 아래 당적을 정리했다.

노 대통령의 말처럼 현직 대통령의 두 가지뿐인 정치적 자산 중 대통령직만 남게 됐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흔쾌할 수는 없다.”면서 “포기한 것”이라고 노 대통령의 의중을 나름대로 대변했다. 그 역시 “착잡하다.”고 했다.

물론 노 대통령은 올 들어 개헌과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 논의와 맞물려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야당이 개헌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한다면(1월11일, 긴급기자간담회)’ ‘당이 나가라고 하면(1월25일, 신년기자회견)’이라는 두 가지 전제를 달았다.

현 상황을 돌아보면 탈당 조건 중 어느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탈당을 선택했다. 노 대통령은 겉으로는 새로 판을 짠 열린우리당의 진로를 터주는 차원 즉,“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탈당이 가시화된 시점에서도 탈당에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충족되지 않은 전제조건 때문이었다. 실제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카드’인 만큼 좀더 나은 시점, 계기에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탈당 반대 목소리는 곧 수그러든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을 탈당으로 몰고가는 힘이 내부가 아닌 외부, 즉 당쪽에서 작용한 까닭이다.

노 대통령이 국정의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해 먼저 ‘탈당 카드’를 뽑지 않을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떠밀려 탈당하는 ‘수모’를 피하기 위해 결단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이날 만찬에서 “대통령을 정략의 표적으로 삼아 근거 없이 공격하는 잘못된 정치풍토”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당에 대한 서운함도 표시했다. 그러면서 “임기 말에 당에서 밀려나는 대통령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실제 당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세균 의장 등 당 지도부는 지난 19일 비밀회동을 갖고 노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탈당을 요구하기로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당의 핵심 관계자는 “23일 지도부가 워크숍에서 결론을 공개적으로 밝힐 계획을 청와대가 미리 알고, 선수를 쳤다.”고 해석할 정도다.

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럽순방에 이은 설 연휴 직후 탈당 문제를 꺼내들었다. 그만큼 급박했다.

노 대통령은 만찬에서 밝혔듯 “어쩔 수 없는 현실”,“구조적 정치문화의 한계” 속에서 당의 애정과는 상관없이 탈당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없지 않다.

박홍기 황장석기자 hkpark@seoul.co.kr

2007-02-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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