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정… ‘유죄’ 없던 일로”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대해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 당사자 등의 청구에 의해 다시 재판하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재심청구사유를 원판결의 증거서류나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변조된 것으로 증명된 경우 등 7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원판결에 설령 사실오인 등의 잘못이 있더라도 이 재심 규정에 해당되지 않으면 재심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인혁당 사건은 재판에 증거로 사용된 진술서와 수사기록 등이 고문 등 불법행위를 통해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심이 받아들여졌고 32년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그동안 이 재심청구사유를 좁게 해석한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넓게 해석하고 있다. 재심청구가 원판결의 법원이 관할한다는 형소법의 규정을 따를 경우 인혁당 사건은 원래 1심 법원이었던 군사법원에서 담당해야 했었다. 유가족들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재심도 법적논란이 될 수 있었지만 법원이 이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 좋은 예다.
1972∼87년 시국공안사건 중 사건 당사자가 불법구금이나 불법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한 224건 등은 재심의 소지가 있는 사건으로 대법원은 보고 있다. 이 사건의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져 대법원까지 올라올 경우 대법원 판결을 통해 판례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물론 과거의 판결이 잘못됐었다는 점을 판결문에 밝히는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판사 실명을 공개한 ‘긴급조치 판결’중에는 재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예가 적지 않다. 그래서 특별법을 만들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긴급조치 자체를 특별법으로 무효화해 이 법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사건을 모두 없던 것으로 하자는 것이다. 서울대 법대 한인섭 교수는 “재심청구권을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정도로는 미흡하고 긴급조치에 대해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특별법 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부산대 법대 김배원 교수는 특별법 제정에는 동의하면서도 “특별법의 기준과 범위, 보상·배상문제 등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정당성 차원에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모든 법의 무효화를 주장하게 될 수도 있고 유신시절에 불합리한 판결에 적용된 모든 법들을 무효화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