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초심(初心)이 필요한 때/한기선 두산 주류BG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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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1-22 00:00
입력 2007-01-22 00:00
우리는 모든 일을 할 때 처음에는 굳은 다짐을 한다. 특히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거창한 것까지 새해의 다짐과 목표도 천차만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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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선  두산 주류BG 사장
한기선 두산 주류BG 사장
그러나 그것이 전혀 새로운 다짐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작년에도 했고 재작년에도 했을 낡고 낡은 다짐인 것을 새해라고 또다시 이런 저런 다짐을 해 본다. 다짐하고 약속을 하는 순간 자신과의 싸움은 시작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치열한 싸움과 맞닥뜨리는 순간 자신에게 그지없이 너그러워진다.

‘초심을 신선하게 지켜나가기란 힘든 것인가.’하고는 그만 제풀에 꺾이게 되고 만다.

그러나 내 자신과의 약속이 봄날 눈 녹듯이 사라지는 이 순간, 어느 곳에서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려가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자신을 엄격하게 채찍질하고 부추기며 초심(初心)을 잃지 않는 사람들, 황금돼지해의 행운이나 요행만을 기다리지 않는 사람들,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얻어질 행운을 믿는 사람들…. 바로 그들 때문에 순식간에 당신은 패배자가 된다. 초심을 잃은 당신에게 황금돼지의 행운은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정해(丁亥)년 돼지해.

미련하고 우둔해 보이는 돼지가 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우리도 다소 미련하고 우둔하게 남과 행복을 나누면서 천천히 복을 찾아 가자.‘처음’은 그리스어로 ‘아르케(arche)’라고 사전 풀이가 되어 있다. 아르케는 ‘처음·시초’라는 뜻이다. 철학용어로는 ‘원리(原理)’로 번역된다. 늘 처음처럼 초지일관(初志一貫)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정신이다.

흔히들 많이 쓰는 한자숙어인 물망초심 초심불망(勿忘初心 初心不忘·처음의 마음을 잊지 말라)은 아무리 정보화 사회가 되고 미래사회가 성큼 도래한다고 해도 우리의 본분을 고스란히 지켜주는 격언이다. 자만하지 않고 항상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삶을 반성해가며 살아가는 분들이 있기에 각박해지는 우리 사회의 생명력이 이어져 가는 것이 아닐까.

많은 이들이 경험했겠지만 나 역시 초심을 잃지 않고 지켜나가는 분들을 만날 때 잔잔한 감동이 인다. 그래서 문학이나 그림, 노래 등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자기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예술가들의 작품에 마음이 간다. 앞만 보고 나가기에도 버거운 것이 요즘의 우리네 삶인데, 자신의 뒤를 돌아보며 한 박자 쉬어갈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은 왠지 득도한 듯 편안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누구나 ‘내 인생의 첫 떨림’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시가 될 수도 있고, 애인이 될 수도 있다. 또 고뇌 끝에 마신 한 잔의 소주가 될 수도 있다. 정해년 새해가 이제 20일 남짓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소망이나 목표를 접지 말자.

그런 포기의 심정이 들 때 첫 떨림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다면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학년이 올라가는 학생이나 사회인으로 첫 출발하는 신입사원 때의 설렘, 출산·내집 마련·승진 등 생활 속의 기쁨, 자원봉사에 나서 땀 흘렸을 때의 보람 등등 내 스스로 감동이 일어났을 때를 떠올리자.

일을 하면서 또 생활 속에서 그 첫 떨림의 순간을 다시 한 번 되살려 내려는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자.

한기선 두산 주류BG 사장
2007-01-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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