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잃어버린 10년’서 배우자
박경호 기자
수정 2007-01-15 00:00
입력 2007-01-15 00:00
일본 부동산 열풍은 80년대 초 시작됐고 85년을 기점으로 광풍으로 번졌다. 당시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의 가치가 치솟자 일본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투자를 권장했다. 막대한 자본은 부동산으로 몰렸다. 도쿄, 오사카 등의 땅값이 급등해 “일본을 팔면 미국대륙을 산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일본 대도시와 상업지역의 땅값은 90년 9월에는 5년 전보다 무려 400%나 올랐다.
일본 정부는 금리정책을 통해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려 했다.90년초 재할인금리를 2.5%에서 6%로 급격하게 올렸다. 그 결과 대출은 말랐고 부동산 거품은 꺼졌다. 하지만 부동산을 담보로 시중에 나돌던 9000조엔이 사라졌다.
일본의 사례는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우선 금융권의 무원칙적인 대출이 부동산 열풍을 불러온 점이다. 또 그 열풍을 잡기 위해 정부가 금리규제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규제정책으로 선회한 뒤 일본 경제가 장기침체됐다는 사실을 들어 부동산 대출을 옥죄려는 우리정부의 정책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본경제 전문가인 LG경제연구원의 이지평 연구위원은 “금리인상을 통한 부동산 견제는 경제적 피해가 크다.”면서 “금리 수준도 파격적이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를 소폭으로 올리면 효과는 별로 없고 기업의 설비투자를 악화시키는 등의 부작용만 낳을 수 있어 금리정책에 대한 ‘내성’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은 “한국의 거품은 일본처럼 거시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고 서울, 수도권 등 일부지역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일본의 부동산 붕괴 직전보다는 거품 형성 초기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박덕배 연구위원은 “전반적인 침체기에 거품이 시작된 한국의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규제 정책은 때를 놓쳤다.”면서 “주택공급을 늘리고 장기적인 금융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정부는 거품이 빠진 뒤 부동산 거래세를 인하하고 공장부지를 상업시설로 전환하는 데 따른 규제도 완화했다. 부동산 정보공개 시스템을 정비해 거래의 투명성도 높였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2007-01-1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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