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작가를 찾아서] 신용카드에 작품 싣는 육심원 화가
윤창수 기자
수정 2006-12-25 00:00
입력 2006-12-25 00:00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사랑하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 육심원(32). 그녀 역시 그림 속의 소녀만큼 예쁘다.
육씨는 본인 이름을 걸고 그림을 일기장, 수첩, 사진첩, 휴대전화 고리, 책갈피, 가방 등의 미술상품으로 제작했다.1년만에 매출액이 24억원에 달했다. 인사동의 갤러리에이엠, 인터넷, 대형서점 등에서 팔린 액수다. 그림은 전시회 이틀만에 모두 판매됐다. 우리나라 미술역사상 이제 5번째 개인전을 연 젊은 작가가 자신의 미술상품 브랜드를 이만큼 성장시킨 사례가 있을까.
‘21세기형 미인도’라 할 만한 그녀의 그림에는 예쁜 여자들만 나온다. 미스코리아처럼 규격에 맞는 여성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개성 강하고, 자신감 넘치며, 당당하게 자기를 가꿀 줄 아는 바로 옆 친구의 모습이다. 재미있고 기분좋으며 보면 행복해지는 그림이다. 어렵고 설명을 들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그녀는 미술대회에서 큰 상을 받아서 유명해지지 않았다.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예쁜 그림을 너도나도 퍼가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미술 상품도 그림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난해 개인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전시회 안내 책자가 동나는 바람에 달력을 제작한 뒤 일기장 공책 등을 하나씩 출시했다.
다음달에는 하나은행에서 육씨의 그림이 들어간 신용카드를 출시한다. 서양 명화가 기업 상품에 이용된 경우는 있지만 젊은 한국작가의 그림을 기업이 상품화한 사례로는 처음이다. 내년에는 미술상품을 일본에 수출할 예정이다.
기업에서 아파트 홈페이지, 향수병 등에 그림을 이용하겠다는 제의가 쇄도했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정당한 보상 없이 ‘그림을 써주면 도움이 되지 않는가.’라고 생각하는 기업들의 오만한 태도에 많은 제의를 거절했다. 하나은행의 카드는 기업의 예술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나온 결과물이다.
본인의 그림이 가볍게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없을까. 작가는 오히려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어렵지 않게 알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에 비견되는 육심원만의 미인도를 꾸준히 그릴 생각이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그리고 싶은 여성들의 모습이 계속 떠오른단다.“천경자 선생님처럼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 새천년에 걸맞은 미인도를 그리는 육씨의 욕심이다.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갤러리 에이엠에는 상품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는 수첩 속표지에 작가의 사인을 받아갔다. 그는 ‘새침떼기’‘깜찍이’‘나 이뻐’ 등 본인의 그림이 표지로 사용된 일기장에 행복한 내용만이 가득하기를 소망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06-12-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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