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돋보기] 공정거래법 개정안 의미
이영표 기자
수정 2006-12-18 00:00
입력 2006-12-18 00:00
강제조사권 ‘불발’… 기업 규제 더 ‘느슨’
경쟁당국은 이에 대해 기업 사전 규제는 풀되 사후 감시는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대해 경제 주체들이 모두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출총제를 놓고 당정간 엇박자가 여전해 향후 입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사후 감시 강화 vs ‘어정쩡’한 개정안
이번 개정안에는 공정위의 숙원이었던 강제조사권이 포함되지 못했다. 대신 공정위는 ‘봉인제도’와 ‘이행강제금’ 제도를 손에 넣게 돼 한숨 돌린 분위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필요시 압수·수색이 가능한 강제조사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신설되는 ‘이행강제금’제도로 그에 못지않은 규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봉인제도는 조사 대상 기업이 증거자료를 빼돌리지 못하도록 자료가 보관된 사무실, 컴퓨터, 캐비닛, 차량 등을 폐쇄 또는 작동을 금지하거나, 테이프 등으로 봉인하는 조치다.
기업이 봉인을 뜯고 자료를 빼내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 함께 기업이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할 경우 하루당 일평균 매출액의 0.1%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지금껏 공정위는 “기업 조사를 위해서는 압수·수색이 가능한 강제조사권이 필수적”이라고 요구해 왔지만, 법무부 등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특히 재계는 “기존 직권 조사권이나 담합 신고 포상금제에 강제조사권까지 추가되면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된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금껏 기업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무작정 자료 제출을 거부해도 기껏 2억원 미만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고작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교수)은 “봉인제와 이행강제금 정도로 기업 사후 감시 강화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이번 개정안은 재계나 시민단체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법안으로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의명령제 기업 요구 수용
논란이 됐던 동의명령제는 도입이 확정됐다. 기업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동의명령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기업에 대해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등 처벌 대신 합의로 사건을 종료하는 제도다.
때문에 시민단체 등에서는 동의명령제 도입에 대해 “탈법 행위를 해도 공정위와 합의만 잘 하면 면책이 가능해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기업이 동의명령 과정에서 혐의를 시인한 내용 등은 법적 증거로 채택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다른 증거를 제시해야만 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동의명령 전에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이 선행되며, 담합 등 위법성이 명백할 경우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에 입법 예고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시행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출자총액제도 개편을 둘러싼 당정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개정안 내용의 수정 가능성과 함께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될 전망된다. 정부의 개정안에 담긴 출총제 개편안에는 공정위가 주장해온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가 빠졌다.
적용대상도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2조원 이상 업체로 축소됐다. 출자한도도 25%에서 40%로 높아져 규제가 대폭 느슨해졌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정부안보다 적용대상과 기준을 추가로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공정거래법 개정안 주요 내용
●금융거래정보요구권 상설화 내년말 종료되는 금융거래정보요구권 상설화, 발동 범위 부당내부거래서 상호출자·출자총액제한제도 등 탈법행위로 확대.
●봉인제도 신설 현장조사시 필요한 자료 확보 및 증거 훼손 막기 위해사무실, 컴퓨터, 캐비닛, 서류 등 봉인.
●이행강제금제 도입 기업 조사 거부시 하루당 일평균 매출액의 0.1% 부과.
●동의명령제 도입 법 위반 혐의 기업에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등 처벌 대신 합의로 사건 종료.
●강제조사권 불발 기업 조사 위해 압수·수색 가능한 강제조사권 도입 불발.
●출총제 개편안 완화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제외. 적용대상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2조원 이상 업체로 축소.
2006-12-1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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