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방역’2003 악몽’ 우려
이영표 기자
수정 2006-11-29 00:00
입력 2006-11-29 00:00
이번에 추가로 고병원성 AI 발병이 확인된 곳은 최초 발생 농가에서 불과 3㎞ 떨어진 곳이어서 방역 체계에 허점이 노출됐다. 추가 발생은 최초 발병 이후 불과 8일 만이다.
방역 당국은 줄곧 “전북 익산 지역 인근으로 고병원성 AI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지만,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농림부는 “익산에서 추가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최초로 발병한 지역에서 옮겨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의 초동 대응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익산 농장 주인에 대해 초기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지난 23일 첫 현장 조사 때 익산 농장주에게 방역복이나 마스크 등 보호 장구를 지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농장주는 AI로 죽은 닭들을 맨손으로 만지고, 검사를 위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있는 경기도 안양까지 차량에 싣고 옮기기도 했다.
사육 중인 닭과 오리의 오염 지역 밖 반출도 AI 확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잠복기가 최장 21일 가까이 지속돼 감염 사실이 파악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방역 당국은 가축방역관의 감독 하에 오염 지역의 닭 등의 이동을 허용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과 양평에서는 AI 발생 사실이 뒤늦게 신고됐다. 양평의 양계농장은 지난 21일 폐사 시작 사흘 만에, 평택 농장은 21일부터 폐사가 시작된 후 이틀 뒤인 23일에야 신고했다.2003년에도 AI가 발생한 지 열흘 이상 지난 뒤에 신고가 돼 피해가 확산됐다.
무엇보다 감염 경로 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번 AI가 청둥오리 같은 겨울철 철새의 배설물로 옮겨졌다고 추정하지만, 정확한 감염 원인이나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고병원성 AI가 마지노선인 반경 10㎞ 밖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긴장하며 새로운 방역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방역대책본부는 황등면 추가 발병 농장을 완전 통제하고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이 농장을 중심으로 인접 농가도 정밀 검사하고 생석회와 소독약 등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농림부는 “최초 발생 농장에서 반경 10㎞ 안, 즉 ‘경계지역’에 이번 농장이 있으므로 이 농장에서 다시 반경 10㎞의 경계지역을 설정하지는 않고, 또 하나의 반경 500m 살처분 범위만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매일 닭·오리 사육농가를 점검하는 등 방역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인체 감염을 막기 위해 추가로 발생한 농장의 반경 500m 안에 있는 주민 151명에게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AI 예방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다.
전주 임송학·서울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2006-11-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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