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들 ‘제2 전효숙 사태’ 경고
1988년 설립 이후 큰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하던 헌재는 대통령 탄핵심판,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결정 등의 민감한 정치적 사건을 처리하면서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다. 지난 9월 퇴임한 윤영철 전 헌재소장도 자신의 재임기간에 대해 ‘정치의 사법화·사법의 정치화가 이뤄진 시기’라고 말했을 정도다.
높아진 위상과 맞물려 헌재 구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임기 6년의 재판관 9명으로 구성되는 헌재는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각 3명씩 재판관을 추천한다.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3부에서 재판관을 추천, 중립성을 지킨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헌법학자들은 헌재 구성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헌법학자들의 모임인 한국헌법학회 김형성 회장은 “대통령이나 정치권은 당장의 유불리를 떠나 재판관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보장해야 하고 정치권에서 헌재를 흔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몇년간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헌재 재판이 여론재판식으로 흘러가면서 신뢰를 잃고 정쟁을 자초한 측면도 있어 정치권과 동시에 헌재의 각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국대 법대 김상겸 교수도 “앞으로도 새 소장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 등이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면서 “인사청문회 등이 도입된 만큼 재판관 자질에 하자가 없으면 법에 따라 임명돼야 하고 정치권도 재판관을 임명하든 임명하지 않든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에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학자들은 이번 기회에 논란이 됐던 헌재소장 임기 등을 비롯해 관련법률을 손질해 논란의 소지를 없앨 것을 주문했다.
한편 헌법학회는 1년간의 연구를 토대로 헌법개정의 바람직한 방향 등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지난 18일 만든 바 있다. 보고서에는 헌재 재판관의 수를 현행으로 유지하자는 다수의견과 함께 재판관 수를 늘리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또 변호사와 실무경력 15년으로 되어 있는 현행 재판관 자격도 헌법개정 등을 통해 직업법조인 외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