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AI 발생 전북 익산 양계농 르포
수정 2006-11-24 00:00
입력 2006-11-24 00:00
“5억 빚 냈는데 억장이…”
●농장주, 허탈·긴장
이씨는 농림부로부터 아직 폐사하지 않은 닭 6500여마리를 모두 살처분하라는 통보를 받고 어찌할 바를 몰라 깊은 탄식에 빠져 버렸다.
이씨 농장은 지난해에도 종계 수천마리가 ‘마렉’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폐사하는 바람에 손해를 본 데다 올해는 의사 AI가 발생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이씨 농장 주변에서 닭을 기르는 여섯 농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사육 중인 23만 6000마리의 닭과 계란을 내다 팔 수도 없어 당국의 조치만 기다리고 있다.
오염지역은 증세가 없더라도 정성 들여 기른 닭을 모두 살처분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바짝 긴장한다.
●인근출입통제 준전시상태 방불
AI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조치가 내려진 석매리 일대는 이미 전시상태나 다름없다. 의사 AI가 발생한 지점에서 반경 500m 이내는 일체의 출입이 통제됐다.
역학조사와 방역을 위해 출입하는 차량과 관계자, 마을 주민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소독이 실시됐다.
양계농가 주변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방역복으로 무장한 요원들만 부지런히 방역작업을 벌인다.
농장 주변은 물론 3㎞ 이내 지역에서도 긴급방역이 실시되고 있다.
가축도 심각하지만 사람에게 전염될 경우 피해와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어 방역 관계자와 농민들도 초긴장 상태다.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항바이러스제 350명분도 긴급 지원됐다.
●동양 최대 닭가공공장 하림, 초긴장
농장에서 9㎞쯤 떨어진 동양 최대 규모의 닭 가공공장인 ㈜하림의 본사는 초상집 분위기다.
발생 농가가 하림에 육계용 종란을 대주는 계열농가인 데다 도계장과 종계장, 계열 농장들이 대거 위험지역과 경계지역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AI가 확산되면 도계장과 닭 가공공장을 폐쇄하거나 조업을 중단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회사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하림은 지난 2003년 5월 화재로 9200평 규모의 도계장이 전소됐다.1년 만에 1만 1000평의 최신식 도계장을 새로 건립하고 재기해 국내 최고 시장점유율을 유지해 왔다.
하림 김대식 홍보과장은 “AI 확산과 피해를 막기 위해 양계농가들에 철저한 소독을 당부하는 등 긴급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2006-11-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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