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어린이책] “쥐오줌풀로 아버지 병 고쳤어요”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동화작가인 지은이는 한권의 책으로 한꺼번에 여러가지 풍미를 안기는 재주를 부렸다. 유럽에서 오랫동안 구전돼온 다양한 식물들의 유래를 들려주는 책이니 서사의 즐거움은 기본.
풀 한포기도 제각각 소중한 생명이라는 교훈적 메시지를 에둘러 일깨우는 데다 식물의 생물학적 특성과 인간에 미치는 영향까지 귀띔해주니 학습효과도 챙길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식물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17가지. 신선초, 서양쐐기풀, 쥐오줌풀, 라일락, 민들레, 라벤더, 로즈마리, 페퍼민트 등 다양하다. 각 식물에 얽힌 옛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책의 화법에는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전설의 아련한 글맛도 근사하려니와 17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모두 독립된 서사구조로 완결성을 갖췄다는 대목에서 책은 한결 더 품위있어진다.
중부 유럽 전역, 아시아 곳곳에 흩어져 사는 쥐오줌풀에는 어떤 전설이 있을까. 무엇보다 팬터지 동화처럼 흥미진진하게 엮이는 이야기가 군침이 돌 정도로 매혹적이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암소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린 아버지를 구하려고 달나라까지 가게 된 아들.
그곳에서 우연히 발견해 아버지의 병을 고친 약초가 다름아닌 쥐오줌풀이었다는 유래담이 막힘 없이 술술술 풀려나온다. 유럽문화의 단면을 맛보게 되는 환상적 표현에 오래 눈길이 머물게도 된다. 입에서는 낄낄거리는 웃음과 욕설이 튀어나오고 귀에선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마녀 등 서양동화를 읽을 때의 흥분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묘사들이 즐비하다.
나른하게 팬터지에 취해있던 독자라면 끝에 붙은 ‘팁’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현실감각을 되찾을 수 있겠다.“옛사람들은 쥐오줌풀이 마녀를 쫓아내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었으며 정신불안증, 심장병, 관절염, 타박상에도 효과가 있다.”는 식의 생물학적 해설이 짧게 덧붙는다.
나무를 사랑한 목동이 왕의 병을 고친 뒤 공주와 결혼하게 됐다는 유래의 ‘라일락’편, 이별의 아픔을 무릅쓰고 흠모하는 이를 세상 속으로 날아가게 도와준 눈물겨운 사랑이야기 ‘민들레’편…. 훈훈하게 가슴을 덥혀주는 ‘웰빙 동화’는 단아한 판화 배경그림 덕분에 운치가 더해졌다. 초등 고학년 이상.9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