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희생양 다시는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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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영 기자
수정 2006-11-07 00:00
입력 2006-11-07 00:00
“다시는 나 같은 간첩 피해자는 없어야 합니다.”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던 김형욱씨가 사건조작의 피해자에게 보냈던 편지(사진 위)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동백림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인 이수길(78) 박사는 6일 서울 프레스센터 13층 한국기자협회 회의실에서 “동백림 사건으로 조사받을 당시 고문을 심하게 받아 다리를 못쓰게 됐으며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김형욱씨가 보낸 친필 편지를 공개했다.

이 박사는 67년 6월 간첩 혐의로 서독에서 납치돼 남산 중앙정보부 조사실에서 고문을 받고 한 달여 만인 7월21일 무혐의로 풀려나 서독으로 돌아간 바 있다.

김씨는 편지에서 “이 박사의 국가를 위하는 애국의 정은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만 금번 사건 취조 당시 김○○ 의사의 증언에 의하면 수사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우리로서는 부득이 소환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또 “40일간 (조사를 받느라)받지 못한 보수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비서를 통해 미화 200달러를 보내기도 했다.

이 박사는 “나는 동백림 사건과 전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고문 때문에 평생 불구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국정원 과거사조사위에서조차 나의 무혐의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386 간첩단 사건’에 대해서 “언론이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따르지 말고 폭넓게 취재해 진실을 밝혀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백림 사건은 67년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대남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로 이수길, 윤이상 등 재독인사 34명을 잡아들인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조영수·정규명은 사형, 정하룡·강빈구·윤이상·어준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06-11-0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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